"모른척도 범죄입니다" 방조죄 잇단 형사처벌

      2021.11.02 18:14   수정 : 2021.11.02 18:14기사원문
"상급자인 이모씨는 부하직원을 보호해야 했지만 피해자의 허리를 잡는 등 범행을 용이하게 하며 방조했다. "

형법상 '방조죄'와 관련한 피의자 입건 및 형사처벌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각종 범죄 행위에 대한 방조죄는 모든 형사 사건에 폭넓게 적용된다.

그러나 여전히 '범행 직접 가담이 아니면 범죄가 아니다'라는 인식이 큰 상황이다.

2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이상주 부장판사)는 동사무소 등에서 동료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금천구 공무원들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이들에겐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상 특수준강제추행 혐의 등이 적용됐다.

이날 재판에선 다른 두 피고들의 범죄행위를 방조한 혐의를 받는 5급 공무원 이모씨에 대한 방조죄 적용 여부가 쟁점이 됐다. 검찰 측은 "이씨는 술자리를 주재했고 피해자를 불러낸 뒤 양주를 제공해 만취하게 했다. 피해자의 허리를 잡는 등 범행을 용이하게 했다"며 방조죄 적용 이유를 밝혔다. 이에 이씨 측 변호인은 앞선 재판에서 "동료 직원을 보호하지 못한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한다고 하지만 방조에 해당하는지는 의문"이라며 반박한 바 있다.

이외에도 방조죄 관련 입건 사례는 다양하다. 불법촬영 등 성범죄와 음주운전, 음란물 유포, 살인, 사기 등 각종 범죄에 방조죄는 적용된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이태원 핼러윈 축제 당시 고릴라 분장을 한 채 불법촬영을 한 외국인 남성에게 엄지를 들어올린 남성에 대해 방조 등의 혐의 적용이 가능한지 검토 중이다.

최근 무면허 운전 혐의로 입건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아들 장용준(활동명 노엘)의 동승자는 '무면허 운전방조' 혐의로 입건됐다. 이달 초 '박사방' 무료회원 A씨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음란물 제작·배포 등 방조죄와 음란물 소지죄가 적용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음란물을 단순 시청한 무료회원에 대해서도 방조죄 등 현행법을 폭넓게 적용했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는 범죄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위해 방조죄 인식 확산과 엄정한 법 적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방조죄의 입법취지는 범죄 예방이나 범죄 발견에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며 "방조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 확대와 제도적 보완이 모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 역시 "범죄 행위 신고자가 부당함을 겪지 않도록 경찰이 정당방위를 적극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수사규칙을 만들거나 시행령, 대통령령 등을 통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juyong@fnnews.com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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