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민등록번호 불러줬는데"…벌금 낼 뻔한 마스크 구매자
2021.11.04 06:00
수정 : 2021.11.04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로 공적마스크를 구매해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40대가 2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1부(김예영·장성학·장윤선 부장판사)는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6월 약국에서 공적마스크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적마스크 제도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마스크 부족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2월 원활한 마스크 공급을 위해 정부가 시행한 제도다. 약국 측이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공적마스크 구매기록 입력 시스템'에 입력한 뒤 이름과 구매 가능 개수 등을 확인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당시 A씨가 마스크를 구매했던 약국 약사는 법정에서 "A씨가 주민등록번호를 불러줘 공적마스크 구매기록 입력 시스템에 그대로 입력했고, 이름과 구입 개수가 떴다"며 "A씨에게 이름을 확인했고, 화면에 뜨는 이름과 맞아서 마스크를 줬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A씨는 '약사가 '공적마스크 구매기록 입력시스템'에 내 주민등록번호가 아닌 다른 사람의 것을 실수로 입력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의 주민등록번호와 피해자의 주민등록번호가 다소 유사하고, 둘의 성씨가 같지만 A씨가 의도적으로 피해자의 주민등록번호를 불러줬다고 볼 이유가 상당하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주민등록번호 시스템 상 다른 사람의 데이터를 선택해 판매 기록을 입력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A씨와 피해자 사이의 주민등록번호 뒷부분 7자리 중 3자리가 일치한데다, 둘의 성씨가 동일하고 둘째 자리 자음이 같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약사가 이를 잘못 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약사는 A씨가 말하는 이름을 듣고 눈으로 입력 시스템상 이름과 맞는지 확인했을 뿐 재차 A씨에게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며 "약사가 잘못 듣거나 자판 조작 실수 등으로 피해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했을 가능성, A씨의 이름을 흘려들었을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