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뻣뻣한 등·허리… 디스크가 아니었다

      2021.11.05 04:00   수정 : 2021.11.05 09:49기사원문



11월 5일은 강직척추염의 날이다. 강직척추염은 천장관절을 비롯한 척추 등에 염증이 발생해 점차 척추의 마디가 굳어지는 만성적인 척추 관절병증이다. 강직척추염 환자는 엉치(천골)와 엉덩이(장골) 사이의 관절인 천장관절에 염증이 생기면서 병이 시작되는데, 주로 골반 부분과 허리에 통증이 많이 나타난다.

강직척추염은 특징적으로 목과 엉치까지 다양한 부위의 척추 관절에 통증과 강직감이 있을 수 있으며 장기간 진행되면 척추를 아예 움직이지 못할 수 있다.

■2050세대 환자 많아…증세 시작은 10대 후반부터

강직척추염 환자 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빅테이터 개방시스템 질병소분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강직척추염 환자 수는 2020년에 4만8294명으로 2010년 3만1802명에서 크게 증가했다. 남성 환자가 여성 환자보다 약 2.5배 더 많았다. 40대 환자가 가장 많았고 30대, 50대, 20대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병율을 기준한 것이고 실제로는 10대 후반~20대에 가장 많이 강직척추염이 시작되는 발생한다.

강직척추염을 일으키는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HLA-B27과 같은 유전적 요인이나 환경적인 요인, 면역학적 기전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직척추염 환자의 90%에서는 HLA-B27이라는 사람백혈구항원(HLA)이 양성이다. 다만, HLA-B27이 양성이라고 해서 강직척추염에 걸리는 것은 아니며, 이 유전자가 있는 사람들 중 약 1~2%에서만 발병하며, 감염, 외상 등이 관여한다.

■허리 통증에 디스크 오인…조기 진단 필요


허리 통증과 골반의 통증은 거의 모든 환자에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일반적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아팠다가 좋아졌다를 반복하게 되는데, 좋아지는 비활동기에 이르면 가벼운 염좌 등으로 오인하게 되어 진단과 치료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주로 자고 일어난 후 아침에 허리와 등이 뻐근하고 뻣뻣한 통증이 발생한다. 휴식을 취하면 통증이 나아지는 근골격계 허리 통증과 달리, 움직이고 활동을 할수록 오히려 통증이 나아지는 특징이 있다. 척추염이라고 해서 척추만 아픈 것은 아니고 척추 이외에도 말초 관절을 침범하여 한쪽 무릎이 붓거나 아프고, 발꿈치와 갈비뼈에 통증이 생기고 누르면 통증이 더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강직척추염은 단순한 허리 질환이 아니라 자가면역 체계의 이상으로 인한 전신성 염증 질환이기 때문에, 근골격계 외에도 신체의 다른 부위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증상들을 관절 외 증상이라고 한다.

강직척추염의 골반통, 허리통은 증상만으로 확진하기 어렵고, 흔히 추간판탈출증 (디스크) 등으로 오인되기 쉽기 때문에 류마티스내과 전문의를 통한 정확한 진단이 요구된다. 그러나 대한류마티스학회가 2019년 환자를 대상으로 '강직척추염 진단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확하게 진단받지 못하고 진료과를 전전하는 기간이 평균 39.78개월로, 약 3년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기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염증이 계속 진행되면서 척추 관절 주변의 비정상적인 골화가 일어나고, 척추의 마디와 마디가 붙게 되어 척추 전체가 일자형으로 굳으면서 움직임에 장애가 생길 수 있다. 이렇게 한번 굳어진 관절은 예전 상태로 회복되지 않으므로, 조기 진단 및 치료가 강조된다.

■생물학제제 신약 선보여

치료 시에는 염증을 줄이고 통증을 없애기 위해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를 우선적으로 사용하고, 효과가 없을 경우 면역조절제, 생물학적제제 등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생물학적제제(TNF-알파 억제제, 인터루킨(IL)-17 억제제)는 체내에 염증을 유발하는 특정 물질을 표적해 차단함으로써 효과를 낸다. 생물학적제제는 척추 염증과 통증 개선은 물론 관절 변형을 억제하는 등 다양한 방면에서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지난 10월 강직척추염 발병에 관여하는 사이토카인을 전달하는 신호 물질을 차단해 효과를 내는 야누스 키나이제(JAK) 억제제가 식약처 승인을 받아 강직척추염 치료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JAK 억제제는 최초의 경구 표적치료제라는 특성으로, 사회 활동이 활발한 연령대에 호발하는 질환의 특징에 따라 강직척추염 환자들의 질환 관리와 삶의 질을 높일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강은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류마티스내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발병하는 강직척추염은 질환 인지도가 부족해, 환자들이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려 안타깝다"며, "기존의 생물학적 주사제도 효과가 좋지만, 주사제라는 특성 때문에 편의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었다. 최근 먹는 표적 치료제가 개발된 만큼, 효과와 편의성이 개선된 치료제들의 등장으로 예전처럼 장애까지 발생하는 경우는 많이 없어졌다.
올해 강직척추염의 날을 계기로 질환이 좀 더 알려져, 환자들이 빠르게 치료를 받고, 일상을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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