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무라벨 생수, 편의점에선 왜 찾기 힘들까?
2021.11.06 08:45
수정 : 2021.11.06 08:4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내 식음료 업계가 라벨(상표띠)을 떼어낸 친환경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친환경 중시 등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MZ 세대를 공략하고 ESG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생수·콜라·요거트.. 대세는 무라벨
불과 2년 전만 해도 라벨이 없는 생수는 소비자들에게 낯선 존재였다.
국내 생수 업계 점유율 1위 제주삼다수는 지난 6월 '제주삼다수 그린'을 출시하며 무라벨 생수 대열에 합류했다. 5월부터 무라벨 백산수 판매를 시작한 농심은 연말까지 백산수 전체 판매 물량의 절반을 무라벨로 전환할 계획이다. 점유율 '빅 3' 이외의 업체들도 무라벨 생수 생산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특히 편의점과 대형마트는 자체브랜드(PB) 무라벨 생수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20년 12월부터 전국 공동 주택에서 시행된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의무화'는 무라벨 제품 확대에 힘을 보탰다. 재활용 쓰레기 배출 시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무라벨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패턴을 보이게 된 것이다. 무라벨 열풍은 상표띠를 제거할 수 있는 다양한 식품 영역으로 확대됐다. 식음료 업계는 RTD(Ready To Drink) 음료를 중심으로 무라벨 제품을 선보이는 중이며, 요거트나 장류의 제품에도 무라벨이 적용되고 있다.
무라벨 제품 출시에 적극적인 롯데칠성음료는 자사 대표 음료인 칠성사이다, 칸타타(커피), 트레비(탄산수)에 무라벨을 적용했다. 코카콜라는 탄산수 씨그램과 수분보충음료 토레타에 이어 콜라에서도 라벨을 제거했다. 라벨을 없앤 '코카콜라 컨투어 라벨프리'는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출시하는 것이다.
자료조사를 위해 대형마트를 방문했을 때 실제로 판매하고 있는 다양한 무라벨 음료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유명 브랜드의 생수는 물론, 마트 PB 생수 제품들까지 라벨을 벗어던진 것은 특히 더 반가운 모습이었다. 음료 판매대에서는 묶음 포장을 해둔 무라벨 탄산수를, 커피 코너에서는 무라벨 커피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무라벨 생수, 편의점에서 찾기 힘든 이유
시중에 출시된 무라벨 생수를 조사하기 위해 대형마트만 찾은 것은 아니었다. 편의점과 인근 소형 마트도 둘러봤다. 하지만 비교적 다양한 종류의 무라벨 제품이 구비된 대형마트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거주지 주변에 위치한 소형 마트에서는 무라벨 생수를 전혀 볼 수 없었다. 500ml 소용량과 2L 대용량 모두 라벨이 부착된 제품이었다.
편의점은 그나마 사정이 나았다. 브랜드와 지점에 따라 그 종류는 달랐지만 대부분 2가지 정도의 무라벨 생수 낱개 상품을 구비하고 있었다. 2L 용량을 6개씩 포장한 묶음 상품도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편의점에는 무라벨 생수가 입고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식수가 급하게 필요할 때 가장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편의점에는 왜 무라벨 생수가 많이 없을까?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생수를 판매할 때는 용량, 수원지, 무기물 함량 등의 정보를 필수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기존 생수는 페트병을 감싸는 라벨에 의무표기사항을 기재했지만 무라벨 생수는 이를 표기하기 어렵다.
묶음으로 판매되는 생수의 경우 그나마 포장 비닐이나 상자 겉면에 해당 정보를 적을 수 있다. 무라벨 생수가 낱개가 아닌 6개 단위 묶음 위주로 판매되는 이유다. 낱개 판매 제품에는 병뚜껑을 감싸는 라벨에 의무표기사항을 인쇄할 수 있지만 생산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품 간 차별화가 어려워 무라벨 생수 판매를 반기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낱개 단위 위주로 생수를 판매하는 편의점에서는 제품의 브랜드와 이미지가 담긴 라벨이 없으면 차별화 전략을 펼치기 쉽지 않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상품을 보유한 회사일수록 불리한 상황인 셈이다. 일부 업체들은 병뚜껑의 색깔을 브랜드 상징색으로 바꾸거나 특정 페트병 모양을 유지하는 등 제품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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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set@fnnews.com 이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