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딸 폭염 속 77시간 방치' 30대 미혼모 징역 20년(종합)

      2021.11.05 15:24   수정 : 2021.11.05 15:45기사원문
3살 친딸을 홀로 집안에 방치해 숨지게 한 A씨/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인천=뉴스1) 박아론 기자 = 3살 친딸을 77시간 동안 홀로 집안에 방치해 숨지게 해 아동학대살해죄가 적용된 30대 미혼모가 중형에 처해졌다.

인천지법 제13형사부(재판장 호성호)는 5일 아동학대범죄의처벌에관한특례법위반(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32)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아동학대치료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의 아동관련기관 취업제한도 명했다.



재판부는 살인의 고의성이 없었다면서 아동학대살해죄를 부인한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해 아동이 38개월에 불과해 홀로 기저귀를 갈거나 음식물을 섭취할 수 없고, 현관문을 열어 도움을 요청하는 등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었던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A씨가 피해 아동을 방치하는 동안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할 장애가 있거나, 다른 사람이 피해 아동을 돌보지 못할 상황이라는 점도 충분히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A씨가 피해 아동을 상습적으로 방임하고 살해한 증거는 넘쳤다. A씨는 아동을 방임하고 외출한 사이 피해 아동은 주방 싱크대에 손을 대 수돗물이 넘쳐 이웃까지 물이 흘러가 항의를 받은 적이 있었다.

또 77시간 방치해 숨지게 할 당시 이웃 주민은 아이의 지속적인 울음소리를 듣기도 했다고 수사기관에 진술했다. 77시간 동안 방치한 동안 주거지에는 빵, 초코볼, 젤리, 어린이음료 2개, 열리지 않은 2L짜리 생수병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이 기간에는 인천 지역에 폭염경보도 발효된 바 있었다. 그러나 아동이 숨져 있던 주거지 내 에어컨은 꺼져 있었다.

아동은 음료나 음식 등에 손을 대지 못한 채 무더위 속 배고픔과 갈증,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숨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미혼모 지원 단체 등으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받아 왔음에도 6월28일부터 7월21일까지 거의 매일같이 외출했고, 77시간동안 홀로 방치해 피해 아동은 마땅히 누렸어야 할 정서적 보호 등은커녕, 음식물 제공과 기저귀를 갈아주는 등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면서 "피해 아동은 폭염 속 홀로 남아 피고인만을 기다리다가 더위, 갈증,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끝내 생을 마감했고, 피고인은 피해 아동이 숨진 사실을 알고도 겁이나 방치해 시신조차 온전이 남아있지 않는 등 범행 내용 등에 비춰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지능지수 70상당으로 상황 대처 능력이 부족하다고 평가되고, 어린시절 부모로부터 방임 등을 겪는 등 피고인의 성장 환경 등이 범행 내용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되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앞선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25년을 구형했다. 또 이수명령과 취업제한 10년도 청구했다.

검찰은 3살에 불과한 피해 아동을 상습 방치해 숨지게 한 범행 내용에 비춰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전했다. 또 아동에 대한 보호 및 의무를 저버린 이유 또한 남자친구와의 유흥을 즐기기 위한 것으로 범행 동기 등을 보더라도 참작할 사정이 없다면서 중형을 선고해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지난 7월21일부터 24일까지 인천 남동구 한 빌라 주거지에 B양(3)을 77시간 동안 홀로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사망을 확인한 24일부터 8월7일까지 주거지에 B양의 시신을 그대로 방치해 유기한 혐의다.

A씨는 6월18일부터 7월24일 사이 B양이 숨지기 전까지 B양을 26차례에 걸쳐 집안에 홀로 두고 유기해 상습적으로 방임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조사 결과 A씨는 B양만 두고 사흘간 외출하고, 사망 사실을 인지하고도 유기한 14일간 현재 임신 중인 아이의 친부인 남자친구 집에서 생활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B양만 홀로 두고 방치한 사흘 동안은 인천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돼 한낮 더위가 33도 이상 오르던 시기다.


A씨는 B양 사망을 인지한 지 14일이 지난 뒤에서야 119에 신고를 했다. B양은 당시 안방 이불에 누워 숨져 있는 채로 발견됐다.
시신은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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