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개발 기술이전 기회 잃나… 흔들리는 K-백신허브

      2021.11.08 18:17   수정 : 2021.11.08 18:17기사원문

아스트라제네카(AZ)의 코로나19 백신 생산기지 이전설이 흘러나오면서 'K-글로벌 백신 허브화' 전략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백신 허브의 기반이 백신의 다양성 확보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AZ 백신의 생산기지 이전은 백신개발 기술이전의 기회 상실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내년에 자칫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당장 꺼내들 수 있는 카드가 사라지는 것도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기술이전 기회 뺏길 수 있어

8일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위탁생산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AZ 백신, 모더나 백신, 노바백스 백신 등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AZ 백신과 노바백스 백신을 위탁생산 중이고, 모더나 백신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위탁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GC녹십자는 미국 존슨앤드존슨의 자회사인 얀센의 코로나19 백신 위탁 생산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국코러스컨소시엄과 휴온스글로벌컨소시엄은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빨리, 가장 많이 접종되고 있는 AZ, 모더나, 얀센 백신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셈이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최근 모더나의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을 위탁생산해 국내 공급하게 되면서 국내에서는 바이러스 전달체(AZ, 얀센), 합성항원(노바백스), mRNA(모더나) 등 다양한 플랫폼의 코로나 백신 위탁생산 체계를 구축하게 됐다. 글로벌 코로나 백신 생산기지로서 입지를 구축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당장 내년에 AZ가 백신의 생산기지를 태국 등 타국으로 이전하게 되면 글로벌 백신 생산기지로서 위상이 흔들리게 된다. AZ 백신은 화이자와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공급물량이 가장 많은 백신이다. AZ는 내년 한국 정부의 AZ 백신 구매 계획이 없는 반면, 동남아에서 AZ 백신 수요가 늘어 태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위탁생산은 생산 전초기지로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단순 생산을 넘어 백신 개발 노하우의 기술이전까지 이어질 수 있다"면서 "생산기지 해외 이전은 이러한 기회를 해외에 빼앗기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신수급 차질시 대안 없어

전문가들은 내년에 백신의 잠재적 위험성과 수급 차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다양한 백신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mRNA 백신 접종이 어렵고, mRNA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이 강하게 나타나거나 아나필락시스 알레르기 등으로 2차·3차 접종이 불가한 경우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mRNA 백신이 세계적으로 심근염과 심낭염 등의 부작용 보고가 계속되는 만큼 바이러스 벡터 등 다른 백신의 추가 확보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실제 이날 0시 기준 국내에서 확인된 mRNA 백신접종 후 이상반응 건수는 24만3364건이다. 이 중 아나필락시스 등 중대한 이상반응이 신고된 보고건수는 1073건이다. 특히 mRNA 백신 접종 후 젊은 층에서 보고되고 있는 심근염·심낭염 의심 신고건수는 지난달 말 기준 405건이다.

정부는 내년 도입 백신의 mRNA 편중 우려에 대해 "올해 계약한 노바백스 백신 등 아직 도입이 안된 백신이 내년 공급되고, 국내 개발 백신 1000만회분이 도입돼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허가가 지연돼 내년 공급이 예상되는 노바백스의 경우 백신 공급이 본격화될지도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3상 임상이 진행되고 있는 국내 개발 백신 또한 허가 시점이 미지수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접종률이 80%에 달하기는 하지만 내년 백신 수급과 추가 접종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백신 공급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면서 "특히 백신의 잠재적 위험성 등을 고려할 때 다양한 백신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