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소비자물가 상승 전국 최고…"물류비 부담·관광지 특성 탓"

      2021.11.09 00:28   수정 : 2021.11.09 00:32기사원문

[제주=좌승훈 기자] 물가 상승세가 너무 가파르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는 3.2% 올라 2012년 1월(3.3%) 이후 9년 9개월 만의 최고치였다. 더욱이 제주지역의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은 국내 최대 관광지이자, 물류 부담이 큰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이 반영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게다가 ‘위드 코로나’로 물가 불안이 더 커지는 판이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본부장 변성식)가 8일 발표한 ‘최근 제주지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국 수준을 상회하는 요인과 시사점’을 보면, 올해 1~10월 제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로 전국 평균 2.2%을 웃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개 시·도중 가장 높은 오름세를 기록한 것이다.

도내 물가상승률은 지난 2월 이후 전국 수준을 상회하고 있고, 4월 이후에는 3%대의 높은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 도내 석유류 소비비중 낮추고 역외 농산물 유통비용 절감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농축수산물(10.5%) ▷석유류(13.9%) ▷외식(2.5%) 상승률이 전국 수준(농축수산물 9.7%, 석유류 13.4%, 외식 2.2%)을 웃돌면서 물가 오름세를 견인하고 있다.

특히 제주는 자가용 이용도가 높고, 유류비도 비싸 차량유지비 지출이 타 지역에 비해 크다고 한은 제주본부는 진단했다. 치솟는 국제유가로 물가의 핵폭탄이 돼버린 석유류 인상폭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제주는 선박 배송료와 도매업체 유통마진 등이 추가되면서 휘발유 판매가격이 서울 다음으로 높은 구조다.

한은 제주본부는 또 농수축산물과 외식비의 경우, 유통비 부담과 관광객 수요 등으로 가격 수준이 높아 소비비중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제는 고물가가 일시적 현상이라고 헛다리를 짚어서도 안 된다.

■ 제주 2528원 vs 육지 417원…택배 표준도선료 조례 발의

물가상승의 최대 피해자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도민이다. 관광산업과 직결된 물가 잡기에 다소 소홀했던 측면도 있다. 여행객들이 다시 찾는 관광지가 될 수 있도록 바가지요금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다른 지역에 비해 비싼 제주지역 택배비를 공공요금처럼 관리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 제정도 주민발의로 추진된다. 제주도는 ㅈ난 5일 이 같은 내용의 ‘제주도 택배 표준 도선료 조례’의 청구 취지와 청구인 대표자를 도청 홈페이지에 공표했다.

해당 조례는 도선료가 원가에 비해 과다하게 책정돼 물류기본권과 사회적 차별, 경제적 피해를 가중시키지 않도록 제주도가 제시하는 적정하고 합리적인 금액을 '표준도선료'로 삼는다는 규정을 담고 있다.

제주도 조사 결과,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제주지역 택배에 부과되는 평균 배송비는 1건당 2528원이다. 육지권(417원)보다 6.1배 비싼 것으로 파악됐다.


또 진보당 제주도당은 제주지역 택배비가 높은 이유가 특수배송비 명목으로 과다하게 책정된 도선료 문제 때문이라며, 대선을 앞두고 택배 도선료 인하 운동본부를 출범시키고, 과도하게 높은 제주지역 택배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한은 제주본부 황우슬 경제조사팀 과장은 "석유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기차 보급 확대, 대중교통 확충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효율적인 수급관리와 유통시스템 개선을 통한 농축수산물의 가격 안정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관광객이 주로 이용하는 외식업체의 품질과 가격 등의 빅데이터 구축과 정보 공개로 합리적인 소비가 가능한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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