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안한 회장님께 수십억 급여' 국세청, 사주일가 30곳 세무조사
2021.11.09 12:52
수정 : 2021.11.09 12:5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 대기업 사주 A씨는 코로나19 반사이익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B계열사에 경영 성과와 무관한 수십억원의 급여와 수백억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받았다. A씨는 C계열사에 수백억원의 건설비용을 부담하게 해 초호화 리조트를 짓고 자신의 전용별장으로 사용했다.
국세청은 코로나 경제위기에서 호황업종을 영위하면서 반사이익을 독점하고, 부를 편법 대물림한 불공정 탈세 혐의 기업 30개사의 사주일가 등에 대해 세무조사를 착수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조사 대상의 탈세 유형은 코로나19 반사이익 가로채기(12개사), 자녀 재산증식 기회 몰아주기(9개사), 중견기업의 대기업 탈세 모방하기(9개사) 등이다.
조사대상 기업 사주일가의 총 재산은 지난해 기준 9조3000억원으로 평균 3103억원의 재산을 보유했다. 최근 5년 사이 재산이 30.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사주 자녀의 재산은 39.0% 늘었다.
조사대상에는 공정거래법상 공시대상 기업 집당,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 등 대기업도 포함돼 있다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코로나19 반사이익을 가로챈 유형은 대기업 사주 A씨가 대표적이다. 이 기업의 대표이사는 연 5억~6억원의 급여를 받았지만 사주인 A씨는 수십억원의 급여를 챙겼다.
약품 도매업체인 D사는 거래처 병원장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할 목적으로 병원장 자녀 명의로 E사를 설립한 뒤 약품 거래에 끼워 넣어 통행세 이익을 주는 방식의 변칙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제조업 기업 E사는 근무한 적이 없는 사주일가에게 고액의 급여를 지급하고 회사 명의의 고급 리조트를 사적으로 제공했다. 특히 사주의 아들은 회사 명의의 고가 리무진 승용차를 이용하며 차량유지비용 수십억원을 회사에 전가했다. 사주는 회사자금으로 구입한 고가미술품을 사적으로 매매해 수십억원의 이득을 챙긴 뒤 신고를 누락했다.
편법을 통해 자녀에게 재산증식한 사례도 발견됐다.
그룹 주력사인 F사는 사주 자녀가 설립한 유한책임회사 G를 기존 매입처와의 거래에 끼워넣어 사업기회를 제공했다. 실제 업무는 F사가 수행했지만 G사는 아무런 역할 없이 수백억원의 통행세 이익을 챙겼다. G사는 F사가 저가로 발행한 사모 전환사채를 인수한 뒤 주식으로 교환해 경영권을 편법승계하기도 했다.
대기업의 탈세 사례를 모방한 중견기업도 대거 적발됐다.
H사는 주가가 하락할 경우 전환사채의 주식 전환가액이 하향조정된다는 점을 이용해 금융기관 등을 대상으로 전환사채를 되살 수 있는 콜옵션이 부여된 전환사채를 발행한 뒤 사주자녀에게 무상양도했다. 이후 사주자녀는 주가 상승 초기에 콜옵션을 행사해 전환사채를 저렴하게 취득한 뒤 주식이 급등하는 시점에 주식으로 전환해 거액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김동일 국세청 조사국장은 "코로나 경제위기에 편승한 부의 무상이전과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사익편취 등 공정경제에 역행하는 반사회적 탈세에 조사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조사과정에서 증빙자료 조작, 차명계좌 이용 등 고의적으로 세금을 포탈한 행위가 확인될 경우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 조치하는 등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