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딸에 엄마 성 물려줄 것" 부부 변경청구 허가
2021.11.10 09:02
수정 : 2021.11.10 09:02기사원문
어머니의 성을 자녀에게 물려줄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국민청원을 올렸던 부부가 서울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자녀의 성을 변경하게 됐다.
9일 서울가정법원은 A씨 부부가 낸 '자의 엄마 성과 본의 변경 허가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올해 5월에 태어난 A씨 부부 자녀는 아버지 성과 본에 따라 출생신고를 하게 돼 있는 '부성 우선주의'를 깨고 어머니 성과 본을 쓸 수 있게 됐다.
A씨 부부는 지난해 6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부부간 협의를 통해 자녀의 성과 본을 결정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 개선과 홍보·연구에 나서 달라'는 청원글을 올렸다. 2만8000여명의 누리꾼들이 이 청원글에 동의했다.
A씨 부부가 올린 국민청원 게시글에 따르면 부부는 '부성 우선주의' 때문에 엄마 성을 쓰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이 부부는 제도 개선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구했다.
현행 민법에 따르면 자녀는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는 것을 기본으로 하며, 부모가 혼인신고 때 미리 협의한 경우에 한해서만 어머니의 성과 본을 물려줄 수 있다.
혼인신고 당시 A씨 부부는 자녀계획이 없었으나 결혼 8년차에 아이를 낳기로 하면서 부모의 성 모두를 아이의 이름에 넣되, 성은 엄마 성을 따르기로 결정하면서 이번 청원을 하게 되었다.
A씨 부부를 대리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여성인권위원회 가족법연구팀은 이날 서울가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의 이번 결정은 어머니의 성과 본을 자녀에게 물려줌으로써 자녀가 입는 불이익보다 이익이 더 크고, 궁극적으로 자녀의 복리에 부합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법원 측은 자녀 복리를 위해 부모나 자녀 스스로 청구에 따라 법원의 허가를 받아 성과 본을 변경할 수 있다는 민법에 따른 결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