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음주
2021.11.10 18:00
수정 : 2021.11.10 18:00기사원문
코로나 팬데믹은 한잔 술의 일상을 빼앗었다. 언택트(비대면)는 당연시됐다. 금세 끝날 것 같았던 거리두기는 연장을 거듭했다. 왁자지껄하며 여러 명이 술잔 부딪히는 풍경은 흘러간 옛 이야기로 치부됐다.
하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역사와 함께해온 술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정도가 술을 막는다는 게 어불성설이다. 최근 이 같은 사실이 증명됐다. 이달 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이 시행되면서 술자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2년 만의 송년회'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지난해 연말 코로나 3차 대유행 여파로 송년회를 생략했던 직장인들이 올해 잇따라 모임을 잡고 있어서다.
통계수치는 더 명확하다. 위드코로나 이후 7일간(11월 1~7일) 하루 평균 음주운전 적발건수는 406건 정도라고 경찰청은 밝혔다. 거리두기가 시행됐던 지난해 일평균 단속건수 321건보다 21% 늘었다. '보복음주'라 할 만하다.
코로나가 퍼뜨린 용어 중 '보복'을 접두어로 한 게 제법 된다. 보복소비, 보복여행 등이 있다. 시장경제를 움직이는 요인 중 하나가 인간의 욕구다. 이를 막아뒀으니 일정시점에서는 폭발한다. 코로나 블루에 대한 보상심리도 있다. 증권사들은 '보복' 관련 수혜주 보고서를 내놨을 정도다.
과유불급은 모든 일에 적용된다. 보복 시리즈도 예외 없다. 중독포럼은 지난 7월 이미 '포스트 코로나, 다시 과폭음 사회로 돌아가지 않으려면'이라는 주제로 온라인 포럼을 개최했다. 선견지명이다. 일상회복을 누리려다 통째로 잃을 수 있다.
김규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