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이 직면한 ‘인력’과 ‘전력’의 딜레마

      2021.11.12 18:49   수정 : 2021.11.12 23:1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저출산의 여파로 육군, 공군, 해병대 모두 병력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특히, 해군은 인력과 전력의 조화가 아닌 딜레마에 직면해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상대적으로 병 처우 개선과 복무기간 단축으로 인해 장교, 부사관 지원도 예전처럼 인기가 있지 않다.

국방부는 국방개혁 2.0에 따라 2017년 61만8000명이던 병력을 2022년까지 50만명으로 축소를 진행하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한 병력자원 감소와 병력소모 위주의 재래전에서 탈피를 위해선 병력 및 부대 감축은 불가피하다.

그동안 한국 해군의 인력문제는 구형 함선의 인력 과다에 그 원인이 일부 있다는 지적이 있었고 함선이 신형으로 교체되면서 차차 해결될 것으로 보였다.


또 일본의 해상자위대는 45000여명의 인력으로 서방세계 2위의 해상 전력을 운용하고 있으며, 이에 비추어 한국 해군의 병력 4만1000여명은 적은 규모가 아니라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신규 소요 제기 중인 CVX, KDDX, KDX-III Batch-II는 많은 병력이 필요한 대형함으로 구형함 대체로 나오는 여유 승무원들은 모두 해당 함선에 투입될 예정이며 이 외에도 기존 연안함대의 함정들도 더 대형함으로 바뀌면서 추가적인 인력이 필요한 현실이다.

그동안 해군은 타군에 비해 많은 행사로 인력부족의 피로도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내외로부터 받아, 행사 규모와 인력을 줄이고 현역 당직인력를 전투인력으로 배치, 가능한 분야에서 민간 군무원 근무를 늘리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병력부족 현상은 가중되고 있다.

더구나 한국 해군의 연안 작전은 잠수정이나 고속정을 막아내기 위한 지속적인 초계, 순찰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연평해전과 같은 북한의 도발 행위에 결국 해군이 나서야 한다는 점에서 초계, 순찰을 해경에게만 일임할 수 없는 구조다.

또한 대한민국의 해경도 규모에 비해 업무량은 많아서 기본 업무인 해상치안 활동조차도 해군의 도움을 빌리는 실정이다.

일본 해군은 대양해군에 전념할 수 있도록 거대 규모인 해상보안청과 지방에 해상자위대의 각 지방대가 있고, 중국도 해경이 거대 규모로 지속해서 해군 전력인 신형 고속정의 수를 계속 증가시키고 있다.

미국은 자국 해안 길이가 길고 미 해군이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해군이 직접 초계, 순찰, 방어를 담당하지 않고 5대 정규군 조직인 미 해안경비대가 자국 해안을 담당하는 군화 된 특수한 경우다.

해군은 현재까지 확정된 대형함정 건조 사업을 보면 2030년을 목표로 기동함대도 창설된다. 3개 기동전단으로 구성되는 기동함대는 추가 건조되는 이지스 구축함(7천600t급) 3척과 '미니 이지스함'(6천t급)으로 불리는 차기구축함(KDDX) 1∼2척 등으로 구성된다. KDDX는 모두 6척가량 건조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1만4천t급 독도함에 이어 마라도함이 전력화 진행 중이고, 2026년까지 3천t급 호위함 6척이 추가 건조된다.

3천t급 잠수함을 개발하는 2020∼2024년 장보고-Ⅲ의 '배치1' 3척과 2025년 이후 장보고-Ⅲ '배치2' 3척이 각각 건조된다.

해군은 이런 대형함정 건조계획과 중소형항공모함 건조 계획에 따른 병력 소요를 판단한 결과, 이미 누적된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중견국 위상에 부합하고 변화하는 안보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해양국가다운 해양력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이지스구축함, 상륙함, 장보고-3급 등 대형함정들이 속속 건조되고 있지만 정작 이를 운용할 인력은 확충하지 못하는 문제에 직면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반길주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전임연구원은 "한국 해군이 전력을 확충하려니 인력이 없고 인력을 확충하려니 전력건설을 하지말라는 무언의 압박을 받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라며 이 딜레마는 "조직이기주의의 딜레마"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 딜레마 해결을 위해 우선 군 당국은 전투임무와 지원임무를 엄격하게 구분해 현역군인은 전투임무에만 매진하도록 병력구조 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반 전임연구원은 "일본해군은 한국해군보다 약간 많은 약 4만5천명으로 총톤수 기준 한국해군의 3배 규모의 전력을 운용하고 있다"며 "이것이 가능한 이원화된 임무 구조는 해군만의 문제가 아닌 국방정책 차원의 병력구조가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깊이있는 충분한 논의와 정책적 혜안을 발휘해 한국해군을 전투원 중심형으로 최적화된 병력구조로 변화시켜 앞으로 건조되는 무기체계를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 전임연구원은 "지난한 정책논의의 과정에서 방치된 부족한 인력으로 속속 건조되는 전력운용을 위해 ‘쥐어짜듯’ 병력을 자체적으로 활용해야만 하는 것은 해군만이 아닌 국가전력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병력을 ‘쥐어짜도’ 더 이상 충당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귀를 기울여 이를 수용해야 조직이기주의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롭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병력절감의 시대에 해군병력의 대폭 신장은 어렵더라도 최소한의 운용인력 확충에는 지원이 필요하다. 이는 한국군을 ‘특정조직의 군대’가 아니라 ‘국민의 군대’로 올바르게 정립시키는 선순환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군에서 인력(人力, man power)은 무기체계를 운용하고 군사훈련을 통해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는 핵심 인적 자산을 의미한다. 전력(戰力, war potential)은 군의 전투수행 역량을 의미하는데 대표적으로 무기체계를 들 수 있다.

군인의 적정 병력편제 등 병력수를 다루는 '인력정책'은 미래 무기체계 건설을 다루는 ‘전력정책’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다.

병력 없이 무기체계를 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첨단기술이 군사화되면서 자동화로 인해 병력절감의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기본 병력이 충족되지 않으면 군사적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다. 자동화가 병력구조 전체를 바꾸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을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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