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는 어디서 쉬어야 하나” 위태로운 노동자 쉼터

      2021.11.14 14:50   수정 : 2021.11.14 20:0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거리 노동자들을 위한 쉼터가 설 곳을 잃고 있다. 2017년 설립된 비정규직 노동자 쉼터 '꿀잠'이 최근 인근 지역 재개발로 인해 철거될 위기에 놓이면서 비롯된 것이다. 여기에 서울시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이동 노동자 쉼터 조성에 필요한 예산을 대폭 삭감에 나서 쉼터 운영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시민단체들은 “쉼터 존폐 문제는 곧 노동자의 생명줄을 해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재개발로 위기에 처한 비정규직노동자쉼터 ‘꿀잠’
서울 영등포구에 지난 2017년 둥지를 튼 비정규직 노동자 쉼터 ‘꿀잠’이 신길동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14일 시민단체에 따르면 100여개의 개인·단체가 모인 ‘꿀잠을 지키는 꿀잠대책위’는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꿀잠’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꿀잠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없이 설립된 최초의 노동자 쉼터다. 한 해 평균 4400여명의 이용자가 다녀가는 곳인 만큼 꿀잠을 찾았던 이들의 사연도 제각각이다.

김소연 꿀잠 운영위원장은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서울에 마련된 아들의 빈소를 찾았으나 연고가 없어 머물 곳이 마땅치 않았을 때에도 꿀잠이 안식처가 되었다”며 “이밖에 기노진 아시아나케이오 해고 노동자, 평화나비 활동가인 지방 학생들의 휴식처 역할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꿀잠이 있는 신길 제2구역은 지난해 3월 재개발조합이 설립됐다. 이후 꿀잠 측은 대책위를 구성해 조합 및 구청과 꿀잠 존치를 위한 논의를 진행해왔으나 최근 조합 측이 구청에 제출한 ‘정비계획변경조치계획서’에 꿀잠 존치와 관련된 내용이 제외됐다.

김소연 꿀잠 운영위원장은 “구청이 충분히 소통하겠다고 했으나 정비계획안에는 꿀잠의 어떠한 의견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꿀잠 측은 구청장 면담을 요구했으나 구청 측은 거부하고 있다. 이에대해 영등포구청 관계자는“조합 측이 제출한 정비계획안은 주민 공람을 위해 만든 안으로, 이후 주민 설명회를 거치면서 꿀잠 측 의견을 수렴, 확정해 서울시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주민 공람까지는 조합 등과의 논의가 필요해 (일정) 확답을 드릴 순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동노동자 쉼터도 위태롭다..“쉼터는 곧 생명줄”
서울시가 서울지역 이동노동자 쉼터 예산 삭감으로 운영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서울시가 지난 1일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며 소위 ‘박원순 표 예산’ 삭감에 나섰는데, 서울 지역 ‘휴서울 노동자 쉼터’ 5곳을 운영하고 있는 노동권익센터의 예산 역시 대폭 축소했다.

시의회 측에 따르면 내년도 노동권익센터의 운영비는 올해 대비 54%, 노동자 쉼터 운영 및 권익을 위해 배정된 사업비는 약 37% 삭감됐다. ‘휴서울 노동자 쉼터’ 등 올해 운영된 8개 사업 역시 내년도 2개 사업으로 축소됐다.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노동권익센터 관련 예산이 축소된 것은 맞으나 8개 사업 중 일부 일회성 사업을 제외하고는 내년에도 사업이 지속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휴서울 이동노동자’ 북창쉼터 관계자는 “쉼터에서 배달·퀵서비스 노동자들을 위한 안전 자가정비 교실, 법률·건강 상담 등을 진행해왔는데 예산 삭감으로 내년부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호소했다.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의원은 파이낸셜 뉴스와 통화에서 “노동자 쉼터는 특수고용노동자나 프리랜서 등 불안정 노동자 분들을 위해 조성된 공간”이라며 “예산 삭감은 곧 이들의 생명줄을 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열악한 환경에 처한 노동자들의 상황을 예산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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