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조금 '미스매치'… 속끓는 계약자들
2021.11.14 18:12
수정 : 2021.11.14 18:12기사원문
■161개 지자체 중 107곳 소진
14일 환경부 저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전국 161개 지방자치단체 중 107곳은 이미 지자체 전기차 보조금이 소진됐고 31곳은 잔여물량이 10대 미만이다. 사실상 올해 전기차 장사가 끝난 셈이다.
이에 따라 전기차 계약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국고보조금이다. 지자체 보조금은 포기할 테니 올해 국고보조금 800만원만 받고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전화가 정부와 제조사에 빗발치고 있다. 이는 내년에 보조금이 더욱 줄고 지급대상 차량의 기준가격도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보조금을 100% 지급하는 기준가격이 올해 6000만원(전기차 구매가격) 미만에서 내년에는 5600만원 미만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도 기준가격에 대한 용역이 진행 중이라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면서도 "일단 내년도 차량당 보조금이 줄어드는 것은 기정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의 경우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며 전기차 보조금을 국비 700만원, 시비 200만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올해 연초 대비 국비는 100만원, 시비는 200만원 각각 줄인 것이다. 여기에 보조금 지급 기준가격이 낮아질 경우 현재 5990만원으로 책정된 테슬라 모델3 롱레인지는 보조금이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내년보다는 올해 전기차를 구매하는 게 이득인 셈이다.
■안된다는 환경부, 작년엔 허용
하지만 상황은 쉽지 않아 보인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기차 보조금 지원은 지자체 보조사업이기 때문에 지방비 매칭이 필요하다"면서 "국고보조금도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지자체 보조금 없이 국고보조금만으로 전기차를 구매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환경부가 마음만 먹으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지난해 12월 환경부는 지자체 보조금이 소진되자 전기 화물차 1000대에 한해 국고보조금(1800만원)만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국고보조금으로 전기 화물차 구매가 허용되자 다른 전기차들이 보조금 미확정으로 판매량이 부진했던 연초에 포터EV와 봉고EV의 판매량이 급증하기도 했다.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에도 올해와 같은 상황이었는데 국고보조금 구매를 허용해준 사례가 있다"면서 "전기차 제조사들이 올해도 화물차뿐만 아니라 다른 차종도 국고보조금만으로 구매를 허용해달라고 건의를 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