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벨라루스의 '난민 보복'에 추가 제재...유럽 에너지 대란 임박

      2021.11.15 13:18   수정 : 2021.11.15 13:1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겨울 난방철을 앞둔 유럽연합(EU)이 이웃 벨라루스와 다툼으로 천연가스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EU는 에너지 대란 위기에도 불구하고 벨라루스가 EU에 일부러 난민을 밀어 넣는다며 추가 제재하기로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유럽 언론들에 따르면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14일(현지시간) EU 외무장관들과 회동에서 벨라루스 제재에 대한 법률적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보렐은 같은날 프랑스 매체와 인터뷰에서 벨라루스의 항공사와 여행사 임원뿐 아니라 사태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정부 관리 30명을 겨냥할 수 있다고 말했다.

EU는 이미 지난해 벨라루스 대선과 관련해 시위대 탄압에 가담한 벨라루스 인사 88명을 제재했다.
해당 명단에는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EU는 지난 5월에 벨라루스 정부가 반체제 언론인을 체포하려고 전투기까지 동원해 EU 여객기를 착륙시키자 개인 및 단체, 각종 수입 제한 등 포괄적인 제재를 추가했다.

이후 벨라루스는 특이한 방법으로 EU에 대항했다. 벨라루스와 EU의 경계선인 폴란드 국경에는 지난 몇 달동안 시리아 등 중동 지역 난민들이 급증해 무단 월경을 시도했다. 벨라루스에는 현재 이라크,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탈출한 난민 약 1만4000명이 체류 중으로 알려졌다. 폴란드 경찰에 따르면 지난 13일 벨라루스에서 국경을 넘으려는 시도가 223건 발생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14일 발표에서 난민 문제를 지역 안보 차원에서 다뤄야한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하기 위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EU는 벨라루스가 EU에게 보복하려고 일부러 중동에서 난민을 데려와 EU 국경에 밀어 넣거나 최소한 이를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보렐은 14일 블라디미르 마케이 벨라루스 외무장관과 전화 통화에서 “지금 상황은 용납할 수 없으며 당장 멈춰야 한다. 사람을 무기로 쓰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관계자들은 EU가 벨라루스 정부 관계자, 시리아 항공사 등 난민을 EU 국경에 데려오는 조직 및 개인 명단을 작성중이라고 밝혔다.

루카셴코는 EU가 추가 제재를 검토하자 지난 11일 발표에서 유럽행 가스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유럽은 2000년대 이후 화력발전소에서 석탄과 석유 대신 온실가스 배출이 상대적으로 덜한 천연가스를 태워 전기를 만들었다. 2019년 기준으로 EU 전력 생산 1위는 원자력(26%)이었으며 2위가 천연가스 발전(23%)이었다. 유럽의 천연가스 시세는 난방철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최근 러시아가 중국 수요 등으로 공급을 줄이자 지난달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 러시아는 EU 가스의 약 40%를 공급하고 그중 약 5분의 1이 벨라루스를 통과한다.

시종일관 루카셴코를 감쌌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3일 인터뷰에서 가스 공급 중단 사태를 걱정했다. 그는 루카셴코와 2차례 대화했지만 가스 공급 중단까지 꺼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푸틴은 루카셴코가 가스관을 막으면 러시아와 계약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래서 좋을 것 없다"며 "이 문제에 대해 루카셴코와 대화하겠다.
아마도 그는 잠시 화가 나서 그렇게 말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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