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공방에 사라진 부동산정책… "민심 달랠 공약이 변수"
2021.11.15 18:13
수정 : 2021.11.15 18:13기사원문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대선을 앞두고 정당별 후보 대진표가 확정되면서 치열한 경쟁의 막이 올랐다. 여야는 각각 '정권재창출'과 '정권교체'를 놓고 4개월간 대장정을 펼치게 된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대선 판도를 흔들 주요 변수로 △부동산 민심 △2030 청년층 선택 △단일화 효과를 설정해 집중 진단을 통해 향후 대선의 향배를 가늠해보고자 한다.
"참여정부 기간에, 시기에 맞게 대책을 만들지 못해 부동산을 통한 부의 증식, 욕망들을 많이 키웠고 그것이 나중에 정권이 교체된 하나의 원인이었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1년 9월,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던 당시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밝힌 소회다.
정권교체의 주요 요인으로 부동산을 패착으로 꼽은 문 대통령은 자신이 집권한 이후에도 부동산 문제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현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마저 선대위 출범식에서 "부동산 문제로 국민들께 너무 많은 고통과 좌절을 드렸다. 진심으로 사과말씀 드린다"고 밝힐 정도로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다.
집값 급등에 이어 전셋값 급등, 종합부동산세 폭탄 논란까지 겹친 데 이어 최근에는 대출규제 강화로 실수요자들의 불만도 확산돼 현 정부를 향한 부동산 민심은 들썩거리고 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속에 이재명 후보는 '보유세 강화' 기조를 이어가면서 '개발이익 환수' 카드로 정면돌파에 나설 태세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종부세 전면 재검토와 양도소득세 인하 등 현 정부와는 반대 기조로 표심 모으기에 나서고 있다.
■부동산, 文 정부 '아킬레스건'
15일 한국갤럽에 따르면 문 대통령 직무수행 여론조사에서 직무수행 부정 평가의 이유로 1년여 전부터 줄곧 '부동산 정책'이 압도적인 요인으로 꼽혔다.
새로운 임대차보호법 시행과 수도권 전세난으로 인해 지난해 10월 2주차에 '부동산 정책'이 15%의 비중으로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평가의 이유 1위를 기록한 이후 1년 전인 지난해 11월 2주차 조사에서도 부동산 정책은 23%의 비중을 보였다. 이후 올해 11월 2주차에도 문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 평가의 이유로 36%가 부동산 정책을 꼽으면서, 부동산 이슈는 문재인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자리잡았다.
결국 이번 대선에서도 부동산 정책에 대한 여론이 주요 키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각 후보들이 들고나오는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은 높아지고 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크게 자리하고 있다. 정권 교체의 핵심 부위를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감이 차지하고 있다"며 "그런데 여야 모두 제대로 된 공약을 내놓고 있지는 못한데, 부동산은 여전히 대선까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이번 대선의 반 이상은 부동산 사건사고가 차지할 것으로 봐야 한다"며 "여야 후보들의 부동산 정책은 실종됐다. 대장동 같은 일에 대해 야당은 계속 물고 늘어질 것이기 때문에 정책은 거의 반실종됐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부동산으로 민심이 결정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2030과 40대, 50대 등 연령대별 수요가 달라 후보들이 제시하는 대안이 지지율에 큰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누구에게 힘든 싸움 될까
앞서 언급한 대로 진보정권에서 부동산 정책은 모두 실패했다는 평가가 이번 대선에서 여당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과 이재명 후보 간 정책의 차별화가 뚜렷하지 않고, 대장동 의혹에 개발이익환수 공약까지 더한 이 후보를 놓고 유권자들의 호응도는 아직 미지근하다.
그렇다고 윤석열 후보의 정책이 제시한 '원가주택'을 비롯해 '종부세 폐지' 등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여부도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부동산 민심은 언제든 방향을 달리할 수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 여당은 기존 정책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이 옛날보다 더 세게 정책을 하겠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야당은 비교적 명쾌하다. 지금까지 정책이 잘못됐으니 정책을 바꾸겠다는 것"이라며 "여당 입장은 정책은 옳았지만 뭔가 안됐다는 것인데, 뭔가 잘못됐으면 바꾸겠다고 해야 함에도 그런 얘기가 전혀 없다. 그러니 여당으로선 많이 힘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전민경 김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