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 선후배 박건우 강백호의 ‘희비’

      2021.11.16 14:20   수정 : 2021.11.16 15:01기사원문
한국시리즈의 명과 암이 뚜렷하다. 2015년 KBO리그에 뛰어든 막내 KT 위즈가 원년도 우승팀 두산 베어스를 사납게 몰아쳤다. 1,2차전서 연승, 우승 확률을 90%로 올려놓았다.

이제 두 계단만 더 올라서면 창단 첫 우승이다.

승자의 기쁨 뒤에는 언제나 패자의 아픔이 있다. 잘 나가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이렇게까지’ 안 되는 선수도 있다. 8번 나와 8번 모두 출루한 강백호(22·KT). 5안타 3볼넷으로 100% 출루다.

8번 나와 딱 한번 몸에 맞는 볼로 나간 박건우(31·두산). 무안타에 삼진만 세 차례다.
그런데 이 둘은 묘하게 고교(서울고) 선후배 사이다. 박건우가 9년 먼저 졸업했다. 둘 다 고교시절 청소년 대표를 지낼 만큼 펄펄 날았다.

강백호는 1차전 첫 타석 볼넷 이후 내리 3안타를 때려냈다. 4회엔 선두 타자로 출루한 후 홈을 밟았다. 3-1로 앞선 7회엔 좌전 적시타로 두산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2차전서는 집중 견제를 받았다.

원래 잘 치는 선수지만 특별히 감이 좋은 타자와 정면 승부를 할 리 없었다. 볼넷 두 개(하나는 고의)를 얻었다. 그 와중에도 두 개의 안타를 때려냈다. 도무지 말릴 수 없다. 마지막 타석서 우중간 안타로 8타석 연속 출루에 성공했다.

지난해 두산 김재호에 이은 한국시리즈 타이기록이다. 17일 첫 타석서 출루하면 신기록을 세울 수 있다. 강백호의 기세가 무섭다. 시즌 초반 4할대 타율을 기록하며 주목받았으나 무관에 그친 화풀이를 단단히 해대고 있다.

강백호는 올해 0.347로 타격 3위를 기록했다. 8월 17일까지만 해도 4할로 1위를 달렸다. KIA(0.407)와 SSG(0.393)를 만나면 거침 없었으나 두산 투수(0.268)들에겐 고개를 숙였다. 상대팀 타율 중 가장 낮다. 이번 한국시리즈서 통계란 숫자에 불과함을 입증하고 있다.

두산의 강백호 포비아(공포)는 2차전 대량 실점을 불러왔다. 1-0으로 아슬아슬하던 5회 말. 조용호의 적시타로 두번째 점수를 뽑았다. 2점이면 아직 모른다. 첫 타석 홈런을 때린 황재균의 보내기 번트로 1사 2,3루.

두산 벤치는 강백호를 거른 다음 4번 유한준과의 승부를 선택했다. 결과는 몸에 맞는 볼로 밀어내기 득점. KT는 5회 5점을 얻어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에 반해 박건우에게 이번 시리즈는 재앙이다. 박건우는 7년 연속 3할을 기록한 리그 대표 우타자다. 올해도 0.325로 타격 5위. 그런데 한국시리즈에선 방망이를 거꾸로 쥔 채 타격을 하고 있다.

2차전은 첫 타석부터 불길했다. 1회 초 2사 1,3루서 3루 땅볼. 선취점 기회를 놓친 후 1회 말 황재균에게 결승 솔로포를 얻어맞았다. 4회엔 1사 2루서 삼진. 6회 2사 2루 3루 땅볼. 마지막 타석은 3구 삼진의 참사였다. 정수빈의 부상으로 1인2역을 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번번이 골문 앞 헛발질이었다.

17일 3차전서 두산은 에이스 미란다(14승5패 2.33)를 가을 첫선 보인다. KT는 같은 쿠바 출신 데스파이네(13승10패 3.39)로 맞불을 놓는다.
미란다의 어깨 부상이 어느 정도 회복됐는지는 미지수다. 정수빈의 출장 여부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결국 박건우가 살아나야 한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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