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놀린 수천억짜리 공터… 의과대학 유치 30년 염원 푼다

      2021.11.16 17:50   수정 : 2021.11.16 18:2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목포=황태종 기자】 지난 12일 전남 목포시 옥암지구 내 대학부지. 6만평에 달하는 이곳에는 늦가을을 맞아 말라가는 잡초만 무성했다. 도로쪽에 인접한 부지 한 켠에는 대형 트럭 등 20여대 차량이 불법주차돼 있었다.

목포의 신도심으로 지역 고가 아파트가 즐비한 옥암지구에 이처럼 드넓은 공터가 10여년 넘게 방치돼 있다는 사실이 도무지 실감나지 않았다.

이곳은 영산강 하구 및 바다와 인접해 탁 트인 조망권과 개방감 등 입지조건도 탁월했다. 더욱이 부지 인근 준주거지역 땅값이 평당 400여만원에 달한 점을 감안하면, 지금은 자연녹지지역이지만 향후 개발계획 및 용도변경에 따라 수천억원의 가치를 지닐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목포시에서 '놀리고 있는 땅'일 뿐이다.

■옥암지구 내 대학부지 6만평 조성

목포시는 지난 2001년 건설교통부의 '남악신도시 택지개발사업 옥암예정지구 지정' 후 지난 2006년 12월부터 총 사업비 3947억원을 투입해 옥암지구 206만7000㎡(77만8000평)를 개발했다. 특히 19만6833㎡(6만평)의 대학부지를 2008년 조성했다. 자연녹지지역으로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건물 높이는 10층 이하로 제한했다. 인근 무안군에 위치한 목포대의 의과대학 유치 등 일부 이전과 전남 서남권에 대학 추가 신설을 염두해 둔 계획이었다. 목포시는 계획대로 택지 및 상업부지는 개발 완료 후 모두 분양했으나, 대학부지는 매각하지 못했다. 대학부지의 감정가는 지난 2008년 당시 730억원에 달했다. 당초 기획했던 목포대 의과대학 유치는 여의치 않았고, 당시 2차례의 매각공고와 전국 370개 대학과 500여개 기업체, 70여개 대학병원을 상대로 수요조사를 실시했으나 희망자가 없어 그냥 떠안을 수 밖에 없었다.

■수요처 없어 재정부담 압박에 용도 변경 및 매각 검토

목포시는 대학부지 매각에 차질이 빚어져 재정부담이 커지자 근린생활용지나 준주거용 등으로 용도 변경해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2010년 3월 목포대, 한국병원 등 5개 기관과 바이오의료복합단지 조성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목포대 의과대학·전문대학원·신약개발연구소 유치, 종합병원 이전 유치, 디지털 의료기관 관련 시설 유치 등을 통해 4만평을 매각하려는 계획이었다. 2012년에는 권역별 외상센터 유치도 추진했다.

하지만 바이오의료복합단지 조성 사업 등에 진척이 없었고, 2014년 해당 기관에 협약이행 여부를 알려줄 것을 최후 통보하자 이들 기관은 여건변화 등으로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입장을 알려왔다. 목포대는 의과대학 유치가 확정됐을 경우 투자가 가능하다며 답변을 보류했다. 4년간 시간만 낭비한 셈이다.

이에 목포시는 대내외적 여건 변화에 부응하고 토지의 합리적 이용과 투자 유치 및 개발 촉진을 위해 개발계획 변경을 추진했다. 목포대 의과대학 유치를 대비해 의과대학 부지 2만평 등 3만평을 대학부지로 존치하고, 나머지 3만평을 준주거지역이나 이종일반지역으로 용도 변경해 메디컬센터나 학교 등을 유치한다는 구상이었다.

인근 주민 4000명을 대상으로 대학부지 개발 필요성에 대한 설문조사도 실시했는데, 응답자의 87%가 개발에 찬성하자 대학부지 용도 변경을 위한 개발계획 용역을 발주했다. 또 주민의견 수렴, 주민설명회, 시의회 의견청취 등의 행정절차를 거쳐 도시기본계획 일부 변경을 추진하고 대학부지 개발 계획을 수립한다는 구상이었다.

■대학부지 인근 주민 반대로 용도 변경 중단

하지만 이번에는 주민들이 발목을 잡았다. 인근 주민들은 '옥암대학부지 용도 변경 반대 추진위원회'를 구성, 재산권 및 인근 영산강 및 바다 조망권 침해, 난개발 우려 등을 이유로 반발했다. 특히 대학부지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대학 캠퍼스가 들어서 자녀들의 면학분위기 조성 등을 기대해 입주했다"며 다른 용도 변경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목포시는 용도 변경 논의를 중단했고, 이어 2019년 '2030 목포시 도시기본계획안'을 수립하면서 다시 대학부지 용도 변경을 포함했다.

목포시는 특히 1990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목포대 의과대학 유치 노력에 힘입어 교육부에서 실시한 목포대 의과대학 설립 타당성 조사 연구 용역 결과를 보고 지난해 8월 목포대 의과대학 유치 추진위원회 발대식을 개최하며 당초 의도한대로 목포대 의대유치를 통해 대학부지 문제를 해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현재 전남도는 전국 광역 지자체 중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지역이어서 전남도, 목포시와 목포대 등 서남권, 순천시와 순천대 등 동부권을 중심으로 전남권 국립 의과대학 설립이 적극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7월 당정에서 의과대학 없는 곳에 의과대학 신설을 적극 검토·추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의과대학 설립이 가시화되는 듯 했지만, 9월 의료계 집단 휴진과 의·정 합의를 거치면서 논의가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사회에서도 지난 3월 목포시의회 국립목포대학교 의과대학 및 의대병원 유치 지원 특별위원회 구성 및 의과대학 신설 촉구 건의, 7월 목포대 의대 유치 범시민 추진위원회 발대식, 8월 더불어민주당·목포시·목포대 등 당·정·학 TF팀 운영 등 목포대 의대 유치에 힘을 보태고 있다.

목포시는 아울러 대학부지를 활용한 주민 편의시설 증대 등을 위해 목포대 의과대학 유치를 위한 부지를 제외한 3만평에 7000평 규모의 고등학교 신설, 대형 공공기관 유치, 복합쇼핑몰과 영화관 등 편의시설 조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


목포시 관계자는 "목포대 의과대학 유치는 목포시민의 30여년 염원이 담긴 지역 최대 현안이자 730억원에 달하는 대학부지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지역사회 및 정치권과 협력해 목포대 의과대학 유치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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