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교사 끌어들여 '9땡' 주고 '장땡'을 잡은 사기도박단

      2021.11.16 21:56   수정 : 2021.11.16 21:57기사원문


[제주=좌승훈 기자] 고령의 퇴직교사를 도박판에 끌어들여 영화 ‘타짜’를 뺨치는 사기도박을 벌인 일당 8명에게 1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됐다.

제주지방법원형사1단독 심병직 부장판사는 16일 오후 사기 혐의로 기소된 도박 설계자 최모씨(82)와 기술자 정모씨(69)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금책 오모씨(59)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세 피고인에게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하는 한편, 오씨에게는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추가로 명했다.



또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씨(71)와 임모씨(75)·강모씨(74)·남모씨(68)·김모씨(63)에게도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들은 제주시의 모처에서 전직 교사 A(77)씨를 도박판으로 유인한 후, 2019년 9~10월 두 달여 사이에 7차례에 걸쳐 2억1100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임씨와 강씨는 A씨와 마찬가지로 재직기간이 30년 안팎에 달하는 전직 공무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는 도박판에서 승리할 수 없었다. 이들은 속칭 '섰다' 도박을 하는 척하면서 정교하게 세팅된 이른바 '탄'을 사용했다.
‘탄’이란 승부가 한쪽에게 유리하도록 설계된 패를 의미한다.

이들은 도박 경험이 없는 피해자에게는 ‘9땡’을 주고 자신들은 ‘장땡’으로 매번 이기는 사기도박을 벌여 돈을 뜯어냈다.
기술자 정모씨는 정해진 패가 순서대로 돌아가도록 미리 짜둔 '탄'으로 A씨가 돈을 잃도록 만들었다.

재판부는 “사전에 공모해 피해자를 도박판으로 유인한 뒤, 고액을 편취한 이 사건 범행의 죄질이 좋지 않은 데다, 주범인 최씨·정씨·오씨는 과거에도 사기죄 등으로 여러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해자 모두 범행을 자백한 점, 주범인 최씨·정씨·오씨의 경우 피해 회복과 함께 A씨와 합의한 점, 나머지 피고인들의 경우 범행에 가담한 정도가 미약한 점, 대부분 고령인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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