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화려하지만 없어선 안 될 '카타르 사비' 정우영, 이라크전 숨은 주역
2021.11.17 12:21
수정 : 2021.11.17 12:21기사원문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한국 축구대표팀의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32·알사드)이 이라크전에서 완벽한 경기 조율로 대승을 만들어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7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타니 빈 자심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조별리그 A조 6차전에서 3-0 대승을 거뒀다.
이날 정우영은 포백 라인을 1차적으로 보호할 수비형 미드필더로 풀타임 출전하며 무실점 완승에 크게 기여했다. 자신감 넘치는 전진 패스와 터프한 수비로 이라크를 쩔쩔매게 만들었다.
정우영은 최후방에서 센터백 김민재(페네르바체)와 권경원(성남) 사이에 위치해 좋은 위치에 있는 동료를 향해 정확한 패스를 뿌렸다. 이라크가 잔뜩 물러설 때면 적극적으로 전진해 최전방 공격수에게 직접 공을 배달하기도 했다.
그 결과 정우영은 이라크전에서 한국 선수 중 가장 많은 101번의 패스를 시도해 97회를 성공시켰다.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필수 조건인 롱패스도 10번 시도해 8번을 성공했다.
공격 작업을 진행하다 끊길 때는 적절한 파울로 이라크의 리듬을 끊었고 상대의 빌드업 시에는 포백의 바로 앞에서 적절한 위치 선정으로 이라크 공격수의 숨통을 조였다.
최근 FC바르셀로나 감독으로 부임한 사비 에르난데스와 과거 동료와 사제지간으로 인연을 맺었던 정우영은 최종예선 들어 더욱 성숙한 경기력으로 벤투호의 순항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정우영은 지난 9월 대표팀 소집 도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같은 비행기를 타는 바람에 최종예선 1,2차전에 뛰지 못했는데 당시 그의 빈자리를 손준호와 이동경이 채웠다.
이들의 활약도 나쁘지는 않았으나 손준호는 빌드업에서, 이동경은 수비력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이며 정우영의 빈자리가 드러났다. 정우영이 빠진 2경기에서 벤투호는 1득점으로 겨우 1승1무를 거두는 데 그쳤다.
벤투호의 경기력은 정우영이 함께한 10월부터 살아났다. 정우영의 가세로 수비가 안정되자 황인범과 이재성 등 다른 미드필더들이 공격 상황에서 좀 더 과감해지면서 성과가 나왔다.
벤투호는 정우영이 풀타임을 소화한 최종예선 4경기 동안 3승1무를 거두며 월드컵 본선 진출의 8부능선을 넘을 수 있게 됐다.
정우영은 앞으로 큰 부상만 당하지 않는다면 남은 최종예선 4경기에서도 벤투호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큰 선수다.
정우영의 활약이 남은 경기에서도 이어진다면 한국 축구의 10년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 조기에 결정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