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외교차관 회견 파행..더욱 멀어진 韓-日 관계

[파이낸셜뉴스] 미국에서 공동으로 진행하려 했던 한·미·일 외교차관 공동 기자회견이 돌연 무산되면서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악화일로를 걷게됐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17일(현지시간) 오전 워싱턴DC 국무부에서 '제9차 외교차관협의회'를 한 후 오후 2시 공동 회견을 할 예정이었지만 실제 회견장에는 셔먼 부장관만 모습 드러냈다.

공동 회견을 1시간40분가량 앞두고 주미 한국대사관측에서 3국 외교차관 공동회견 대신 셔먼 부장관 혼자 기자회견을 진행할 수 있다는 공지가 전달됐고 10분가량 지연된 기자회견엔 실제 셔먼 부장관 혼자 참석했다.

공동회견 무산과 관련해 정확한 이유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독도 문제의 영향"이라고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16일 김창룡 한국 경찰청장이 독도에 방문한 점을 언급했다.

이 매체는 독도 관련한 질의에서 한일 대립이 초점화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공동 기자회견을 취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독도 경비 총책임자인 김 청장은 헬기를 타고 독도와 울릉도를 방문해 현장 상황을 점검하고 독도 경비대원들을 격려했다. 치안총감이자 차관급 인사인 경찰청장이 독도를 찾은 건 2009년 강희락 전 경찰청장 이후 처음이다. 이에대해 일본 정부는 우리 정부에 이를 엄중히 항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최근 한국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내리는 등 과거사 및 독도 문제 등을 놓고 한국과 일본 양국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셔먼 부장관은 공동 기자회견이 단독회견으로 바뀐 데 대해 "한동안 그래왔듯이 일본과 한국 사이에 계속 해결돼야 할 양자간 이견이 일부 있었다"며 "그러한 이견 중 하나가 오늘 회견 형식의 변화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일간 이견은 이날 회담과 무관하다"라며 "오늘의 3자 회담은 우호적이고, 건설적이며, 실질적이었고 3시간 이상 지속됐다"고 강조했다.

[e-mail]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