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슬퍼할 시간도 없다" 故황예진 어머니 '살인죄' 공소장 변경 요청
2021.11.18 18:07
수정 : 2021.11.18 18:0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둘이 다투고 헤어지는 문제로 생긴 단순한 폭행이 아닙니다. 꼭 법정에서 사건을 밝혀줘야 합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데이트 폭력으로 사망한 고(故) 황예진씨(25)의 어머니가 재판에서 이같이 말했다. 황씨의 어머니는 공소장에 상해치사가 아닌 살인죄를 적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안동범 부장판사)는 18일 오후2시40분부터 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씨(31)의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황씨의 어머니가 증인으로 출석해 "아무리 봐도 명백한 살인이다"며 "다투고 헤어지는 문제로 인한 우발 살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씨 어머니는 "이씨는 본인의 친구들에게 우리 딸을 두고 '짐승X' '미친X'로 묘사했다"며 "딸을 성적 욕구로 봤을 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본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알리바이를 남기기 위해 딸을 살리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황씨 어머니는 "딸은 진심으로 모든 것을 주고 사랑했다"며 "엄마, 아빠인 저희는 사건이 종결될 때 까지 슬퍼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황씨 어머니가 발언하는 동안 방청객에서는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일부 방청객들은 이씨를 두고 "가증스럽다" "악마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씨 측 변호인은 "백번 사과하고 싶다"면서도 "피고인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도발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씨는 지난 7월 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 로비에서 연인 관계였던 황씨와 말다툼을 하다가 머리 등 신체를 여러 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이씨는 황씨가 주변 지인들에게 자신과 연인관계라는 것을 알렸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폭행 이후 이씨는 119에 ‘(황씨가) 술에 취해 의식을 잃은 것 같다’는 취지의 거짓 신고를 접수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의식을 잃은 황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약 3주 동안 혼수상태로 지내다 지난 8월 17일 결국 사망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13일 열린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