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X을 잡아라!' 개구리주차만 골라 긁는 車테러범

      2021.11.21 06:01   수정 : 2021.11.21 15:22기사원문
충북 진천군 진천읍 한 아파트에 사는 주민 이모씨(36)는 최근 차량 양 옆에 긁힘 테러를 당했다. 사진에 그려진 빨간색 네모는 흠집 피해 모습.(독자 제공).2021.11.19/© 뉴스1


충북 진천군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특정 아파트 단지 2곳에서 차량 테러 피해를 봤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인터넷 갈무리).2021.11.19/© 뉴스1

(청주=뉴스1) 조준영 기자 = 충북 진천군 진천읍 모 아파트에 사는 이모씨(36)는 근래 황당한 일을 겪었다.

퇴근 후 아파트 주변 임시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아침에 나와 보니 차 양옆으로 기다란 흠집이 나 있었다.

흠집은 무릎 높이에 가로 약 1m 길이로 생겼다.
운전석 쪽에 한 줄, 조수석 쪽에 두 줄이다.

한 곳도 아닌 세 곳, 그것도 일정한 위치에 비슷한 길이로 나 있는 흠집은 '차량 테러'를 의심하기에 충분했다.

문제는 확인할 방도가 없었다는 점이다. 차 옆 부분은 블랙박스가 촬영할 수 없는 위치인 데다 주차한 곳마저 임시 공간이었던 터라 폐쇄회로(CC)TV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경찰 신고를 고민했으나 경미한 피해로 누를 끼친다는 생각에 일찍이 마음을 접었다.

그렇게 혼자서 끙끙 앓고 있던 때, 지인으로부터 귀가 번쩍 뜨이는 말을 들었다.

이씨 거주지와 직선거리로 불과 몇백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2곳에서 수년 전부터 똑같은 피해가 일어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피해 사례는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에 수두룩하다는 정보도 함께 들을 수 있었다.

이씨는 곧바로 검색을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커뮤니티 검색창에 아파트 이름을 치자 차량 테러 피해 호소 글이 나열됐다.

이번 달에 올라온 글만 무려 3개나 됐다. 1년 전부터 올라온 게시물도 다수였다.

천천히 글을 살피던 이씨는 몇 가지 공통점을 찾아냈다.

피해 차량 모두 옆 부분에 끝이 뾰족하거나 날이 예리한 도구에 긁힌 듯한 흠집이 나 있었다. 또 CCTV가 비추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주차한 차량이었다.

가장 눈에 띠는 공통점은 피해자는 하나같이 인도 위에 한쪽 바퀴를 올려놓는 소위 '개구리 주차'를 했다가 봉변(?)을 당했다.

이씨 역시 차를 긁힌 날 주차 공간이 마땅치 않아 비슷한 형태로 차를 대놨다.

이씨는 "처음에는 단순 차량 테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바로 옆 아파트 단지 두 곳에서도 피해가 빈번하다는 소식을 듣고선 연쇄 범죄라는 판단이 섰다"면서 "수법을 봐도 동일인이 주차를 잘못한 사람에게 앙심을 품고 그러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씨가 사는 곳과 차량 테러가 끊이지 않는 아파트 단지 2곳은 주차 면수보다 등록 차량이 두 배 이상 많다.

이를테면 아파트 단지 한 곳 허용 주차 면수가 570대라면 실제 등록 차량은 1200여대에 달하는 식이다. 차 한 대 들어갈 공간만 생기면 그 자리가 곧 주차장으로 변하는 환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차선 밖에 대놓는 차에 해코지하는 일이 잇따르자 주민은 불안에 떨고 있다.

더욱이 '범인'을 특정할 만한 성별이나 단서가 나오지 않는 까닭에 신고를 해도 잡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에서 인도와 통행로에 걸쳐 주차한 차량에 흠집을 내는 사람이 있다는 민원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한 달 전쯤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져 주민이 신고했으나 아직 범인을 잡지 못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일부 주민은 스스로 범인 잡기에 나설 태세다. 방송국 제작 프로그램에 제보해 도움을 청하는 사례까지 나온다.


한 주민은 "저는 똑같은 자리에서 몇 번씩 테러를 당했다. 수리 견적만 100만원이 넘을 정도"라며 "보상은 둘째치더라도 CCTV를 달든지 주민이 힘을 합쳐 범인을 잡아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한 달 전 개구리 주차를 해놓은 상태에서 아침에 출근해서 보니 차를 누가 고의적으로 긁어 놓을 것을 발견했다"며 "최근 가까운 지인 차도 (테러를) 당해 안 되겠다 싶어 방송국에 제보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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