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방패없는 신의 방패 이지스함" 해법은
2021.11.23 18:40
수정 : 2021.11.27 08:4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신의 방패라 불리는 이지스함이 2007년 한국에서도 처음으로 전력화되었지만 15년 가까이 된 지금도 방패 능력 중에 가장 핵심인 탄도탄 요격미사일 없이 해상방공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사실상 해상탐지작전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한국 해군은 세종대왕급 이지스함 3척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반길주 인하대 국제관계연구소 안보연구센터장은 "한국은 현재 하층방어 기반 요격방식에 머물어있어 북한의 탄도탄 공격에 매우 취약한 상황이며 L-SAM을 전력화해도 다층방어의 충분성은 달성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미군의 사드도 요격고도가 40-150km라는 점에서 상층방어는 공백 상황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개발하고 있는 한국형 L-SAM은 지상발사용이지 해상발사용이 아니다. 또한 L-SAM이 해상발사용으로 운용되려면 Mk.41 VLS 운영 문제에서부터 해결해야 한다. 물론 KVLS가 있으니 그것을 이용하면 된다고 하지만 이지스 시스템과 소프트웨어의 통합이 필요한데 미국이 그것을 용인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L-SAM의 해상형을 개발해 KDDX혹은 FFX batch-III의 KVLS에 장착하여 사용하는것을 고려해야 한다. 또 L-SAM은 SM-3과 요격고도가 비교가 안된다. 즉 요격개념이 상대적으로 다른 미사일이라는 것이다.
한편 2017년 북한이 발사한 화성-15형의 최대고도는 4500km였다. 이는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고각발사하는 전술을 사용할 것임을 시사한다.
장거리 탄도미사일은 한국에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일각의 주장과 달리 고각발사할 경우 한국, 특히 제주도와 같은 섬들도 타격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가성비 고려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이용한 타격이 더 적합한 선택지겠지만 전략적, 작전적 효과 극대화를 위해 장거리 탄도미사일도 고각발사방식으로 사용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반 센터장은 "한국이 다층방어 체계로 가면서 중층 및 상층방어도 가능한 요격미사일을 구비해야 북핵·미사일에 대한 한·미·일 공조수준을 한층 높일 수도 있고 대미 레버리지도 높이고 나아가 한미동맹 결속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시너지도 창출할 수 있다"면서 "MD 체계 편입이라는 식으로 매도하여 논의를 회피하거나 지연할 수만은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반 센터장은 “독자적 방어능력과 연합방어 능력을 동시에 제고시키기 위해서라도 다층방어에 기반한 미사일 전력화에 관심을 높여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반 센터장은 그러면서 "광개토-III 배치-II 사업으로 추진되는 이지스 후속함에서도 제대로 된 탄도탄 요격미사일 장착 소식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지스함은 ‘무늬만 신의 방패’가 아닌 ‘제대로 기능하는 신의 방패’가 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이지스함 탑재 요격미사일엔 SM-3와 SM-6가 있다. SM-3는 상층방어가 가능한 요격전용 미사일이지만 SM-6 미사일은 대함·대공 등 다용도이기에 탄도탄 방어에 특화된 요격미사일로 분류되긴 힘들다.
군에선 당초 차기 이지스함에는 최신 탄도미사일 탐지 및 요격 이지스 체계인 ‘베이스라인 9’을 탑재하고 있어 SM-3 미사일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했다.
하지만 지난 2019년 이후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지난 3월 북한이 발사한 KN-23 ‘북한판 이스칸데르’ 등 비행거리 600㎞, 최대 비행고도가 35~60여㎞에 불과한 북 신형 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위협으로 부상한 KN-23 개량형 등 북 신형 미사일은 SM-3로 요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요격이 어려운 KN-23 개량형에 전술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면 북한이 굳이 핵탄두 노동미사일을 고각발사할 필요성도 낮아진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즉, SM-3 블록1B의 최저 요격고도가 70~90㎞에 달해 전술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KN-23 개량형을 요격할 수 없다는 문제가 대두한다.
한편, 도입이 유력했던 SM-3 블록1B는 최대사거리는 약 900㎞, 최대 요격고도는 약 500㎞ 정도다. 그런데 SM-3의 최대 요격고도는 500㎞에 달하니 우리 입장에선 ‘지나친 고사양’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한 데엔 북한 후방기지(영저동기지)에 배치돼 있는 노동 미사일이 고각발사로 우리 수도권을 겨냥할 경우 미국산 패트리엇 PAC-3 미사일이나 국산 천궁-2 미사일로는 요격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방사청은 2021년 10월 12일 국정감사에서 SM-3나 SM-6 등의 해외 도입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나 사실상 L-SAM 해상형으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며, 국내 체계개발에 우선을 두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세종대왕급 Batch-2 초도함 진수가 2024년임에도 그 안에는 L-SAM 해상형이 나올 수 없다는 점, SM-6는 ROC 미달인 점, 무엇보다도 소요군(해군)의 요구를 무시하고 기종을 선정하는가에 대한 질타가 있었고 방사청장은 방사청이 기종을 결정한 것은 아니며 국방부가 결정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탄도탄 요격미사일과 관련해 대북억지력 확보에 공백이 없도록 국방부와 방사청, 해군의 숙의와 합리적이고 현명한 선택을 기대해 본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