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입맛대로 골라 경기 '자화자찬' 중국...현실은 암울
2021.11.23 14:36
수정 : 2021.11.23 14:46기사원문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 경기둔화의 회복 속도가 더디고 복합적 악재는 여전히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통계 취사선택 방법으로 ‘개선과 회복세가 뚜렷하다’는 자화자찬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3대 지도자’ 반열에 올려놓은 ‘역사 결의’가 끝나자, 내년 가을 당대회를 위해 시 주석 치적 쌓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로 읽힌다.
23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가통계국은 “코로나19 등 여러 가지 영향으로 일부 지표의 성장세가 둔화되기 했으나, 전반적으로 견조한 회복세를 이어갔다”는 내용을 담은 ‘중국 10월 경제성적표’를 최근 공개했다.
통계국이 제시한 근거는 1~10월 누적 기준 산업생산이 전년동기대비 10.9% 증가했고 소매판매액은 14.9% 늘었다는 것이 골자다. 또 상품 수출입 총액은 22.2% 확대됐으며 도시 실업률 역시 5.1%라고 자랑했다.
푸링후이 통계국 대변인은 “10월 경제지표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면서 “경제의 질적 발전 추세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런 통계는 중국 경기의 전체를 보여주기 보단 ‘개선과 회복’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일부 수치만 가져다 쓴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공장, 광산 등의 총생산량을 측정한 중국 산업생산의 월별 추이는 올해 2월 35.1%로 정점을 찍은 후 4월 9.8%, 6월 8.3%, 8월 5.3%, 9월 3.1% 등 7개월째 하락했다. 10월 들어 3.5%로 반등에 성공하긴 했지만 0.4%p에 불과했다.
하지만 당국은 이런 내용은 언급하지 않은 채 1~10월 누적치만 보여주며 경기 개선을 강조했다. 더욱이 올해 2월은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기저효과 영향이 컸다. 2~3월은 대부분 경제지표가 최고점을 찍은 시점이다. 그러나 이런 요인이 사라졌고 코로나19 재확산,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자연재해, 전력대란, 부동산·교육·빅테크 등 정부 규제를 비롯한 악재가 오히려 잇따르면서 중국 경기는 지속 추락하고 있다. 그나마 10월 지표가 반짝 상승한 것도 사실상 중국 정부가 재정적·행정적 막대한 지원을 쏟아 넣고 있는 신에너지차(127.9%), 집적회로(22.2%) 등 특정분야의 공이 컸다.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도 마찬가지다. 당국이 밝힌 14.9%의 수치는 1~10월을 더해서 나왔다. 소매판매 역시 올해 3월 34.2% 정점에서 하락하기 시작해 8월 2.5%까지 떨어졌다. 9월 4.4%, 10월 4.6%로 2개월째 반등했지만 하락에 비춰 속도가 더디다. 소비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핵심이다.
도시 실업률은 수치 자체에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31개 성·시·자치구의 10월 도시 실업률은 5.1%이다. 다만 중국 통계가 농민공(농촌출신 도시 노동자)을 조사에 제대로 포함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업률은 더 늘어갈 가능성이 있다.
여기다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13.5% 상승한 반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5% 오르는데 머물면서 격차가 12%포인트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이는 공급과 가격 안정에서 압력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계와 글로벌 투자은행도 낙관적이지 않다. 인민대학교 산하 중국거시경제포럼이 예측한 4·4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은 3·4분기보다 1%p떨어진 3.9%다. 중국 싱크탱크 국가금융발전 실험실은 3.2%로 내다봤다.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의 경우 골드만삭스, 노무라 등 일부 글로벌 은행들은 8% 이하를 넘어 7.5%까지 하향 조정했다.
리커창 총리는 전날 주요 성급 책임자들과 경제 업무 좌담회를 열고 “경제 정책에 관련 조처를 내놓을 때는 실제 상황을 바탕으로 해 실사구시(사실에 입각한 진리탐구)함으로써 운동식, 돌격식, 단칼식 조처를 채택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면서 “경기 하방 압력을 견디고 개혁·개방에 힘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