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로 망가졌던 내 인생 닮지 않기를… 딸은 현명하게 이겨냈다
2021.11.23 16:56
수정 : 2021.11.23 17:14기사원문
"얘야, 기억하렴. 술은 안 돼."
"엄마, 몇 번이나 얘기해야 해요? 내 친구들이랑 나는 안 마신다고요!"
대답하는 딸은 짜증이 나 있었다.
딸을 믿고 싶었다. 매기는 열여섯 살이었다. 내가 진짜 술을 처음 마신 바로 그 나이였다. 나의 부모님은 둘 다 하루도 빠짐없이 술을 마셨는데 결혼 생활에 문제를 일으키고 가족에게 끊임없는 공포를 심어주기에 충분할 정도였다. 알코올중독 부모는 대개 두 종류의 자식을 키운다. 금주가 아니면 문제투성이 술꾼. 나는 후자였다. 매기도 그럴까봐 속을 태웠다.
대학교 때 나는 심각한 파티꾼이 되어 대규모 맥주 파티에 드나들며 술을 엄청나게 마셨다. 그러고는 취한 상태로 운전해서 귀가했다. 게다가 술을 마시면 운전을 더 잘한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모든 것'을 더 잘한다고 생각했다. 술은 내가 정말 갖고 싶어 했던 자신감을 주었다. 적어도 잠깐은 공포를 떨쳐냈다. 20대는 훨씬 더 끔찍했다. 내가 벌이는 일에 마약까지 보탰다. 나 자신에게 하는 짓이 점점 더 염려스러웠다. 그렇지만 멈추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통제 불능한 몇 년을 보내는 사이에 매기의 아빠를 만났는데 그도 나만큼 술을 마셨다. 필라델피아에서 요리사로 일하는 날 보러 그가 처음 왔을 때, 내게 알코올 의존증이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날 믿어. 나는 알코올중독자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 그런데 당신은 그렇지 않아."
그와 함께 살겠다고 매사추세츠주로 이사했다. 당시 나는 서른다섯 살이었고 우리는 결혼했다. 그즈음엔 매일 술을 마셨다. 나 자신과 약속하기 시작했지만, 약속은 점점 더 지키기 어려워 보였다.
그러다가 임신했다. 9개월 내내 술을 마시지 않고 버틸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하지만 틀렸다.
매기의 유아기까지 끈질기게 술을 마셨다. 어느 밤에는 다섯 살 매기와 단둘이 집에 있었는데 와인을 너무 많이 마시는 바람에 침대 옆 마루에 토해놓고 기절했다. 머릿속에서 울리는 수치심의 목소리를 따라 일어났다. 음주로도 잠재울 수 없는 소리였다.
두 달 후, 마흔두 살에 결국 항복했다. '익명의 알코올중독자 협회(AA)'에 가서 치료를 시작했다. 한 번에 하루씩 술을 마시지 않았다. 여전히 술을 마시던 남편은 내가 금주하고 넉 달 후에 집을 나갔다. 갑자기 혼자 딸을 키우며 금주 초기에 대처하게 됐다. 때로는 내가 손쓸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느꼈다. AA 모임의 지지 덕분에 계속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
학교 방학 기간이나 도우미를 찾지 못했을 땐 매기를 모임에 데려갈 수밖에 없었다. 딸의 크레용, 색칠 놀이책, 간식을 챙겼다. 내가 속한 홈 그룹(서로 도움이 되고 우정을 나누는 AA의 치료 그룹)은 무대가 딸린 교회의 큰 강당에서 모였다. 매기는 무대에 올라 작은 침낭을 펴고 그 안에 들어갔다. 딸이 같이 있으니 내게 관심이 집중되었다. 하지만 아이가 그런 환경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심란했다. 이것이 옳은 선택이기를 하나님께 기도드렸다.
회복기에 있는 여느 알코올중독 부모와 마찬가지로, 내가 술을 마시면서 아이에게 미쳤을지도 모를 해악이 걱정됐다.
매기가 열 살 때 한번은 우리 모녀만을 위해 케이프 코드에 있는 오두막집을 며칠 빌렸다. 식료품을 한 보따리 샀는데 와인처럼 보이지만 실상 와인은 아닌 병이 하나 껴 있었다. 매기는 그 병을 보자 기겁했다. 울면서 밖으로 뛰쳐나가서는 뒷마당에 있는 나무 뒤에 숨었는데, 내가 배수구에 병의 내용물을 다 따라 버리고 술이 아님을 확인시켜 줄 때까지 그랬다. 나는 내 팔쪽으로 아이를 당겨 한참 동안 꼭 끌어안았다.
내가 음주를 시작한 나이, 즉 매기가 고등학교에 갈 때가 되자 거의 병적으로 염려하기 시작했다. 악순환이 계속될 거고, 또래 집단의 압력과 다른 10대 아이들처럼 친구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할 딸의 마음이 걱정됐다. 파티 다음 날 친구 집에 매기를 데리러 갈 때쯤에는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딸이 술을 마셨으면 어쩌지? 내가 물어보면 진실을 말해 줄까?
집으로 오다가 맥도날드에 들렀다. 우리는 칸막이 자리에 앉았다.
"엄마, 날 힘들게 하는 일이 있어요. 아마 엄마도 좋아하지 않을 거예요."
파티에서 음주가 있었고 친구 몇 명은 마약까지 해 봤다고 했다.
"어젯밤 술이 든 무언가를 마셔 봤어요. 하지만 그게 뭔지 알았을 때 내버렸어요."
숨을 내쉬고, 깊은 감사 기도를 올렸다.
"말해 줘서 고맙구나."
"첫 모금을 마시고 나서, 엄마가 데려갔던 모든 모임과 엄마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금주하는지 지켜보면서 자랐던 걸 떠올렸어요. 엄마가 무엇을 헤쳐나가야 했는지도 생각했고요. 덕분에 내가 삶에서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원하지 않는지 깨달았죠."
매기는 테이블을 가로질러 손을 뻗어서 내 손을 잡았다.
"그래서 고마워요, 엄마."
금주(禁酒)에는 많은 기적이 있다. 어떤 기적들은 내게도 일어났다. 하지만 내가 필요에 의해 절박함으로 했던 일 덕분에 딸이 자기 삶을 구할 선택을 했다는 사실을 듣는 것처럼 의미심장한 건 없었다.
글·사진=가이드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