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돌린 김종인, 중재 나선 이준석… ‘윤석열 리더십’ 시험대
2021.11.23 18:08
수정 : 2021.11.23 21:30기사원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윤석열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합류 거부를 선언해 파장이 일고 있다.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을 '그 양반'이라 표현, 대놓고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두 사람이 사실상 결별수순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윤 후보의 '3金(김종인·김병준·김한길) 체제' 선대위 구상이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에 더이상 손을 내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제1야당 선대위가 공식 출범을 하기도 전에 난항을 겪으면서 '윤석열 리더십' 타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종인 "더이상 정치 얘기 안해"
김 전 위원장은 이날 "확신이 서지 않는 일은 안한다"며 윤 후보의 총괄선대위원장직 수락 요청을 거절했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사무실로 출근하며 만난 기자들에게 "더이상 정치 문제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다. 나는 내 일상으로 회귀한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와 전화통화 했느냐'는 질문엔 "더이상 이야기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그 사람은 후보로서 선거를 해야 할 분이기 때문에 내가 뭐라고 왈가왈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불편한 심기를 애써 감춘 것으로 풀이된다. 오후에도 김 전 위원장은 '새 인선안이 나오면 위원장직을 받아줄 의향이 있나'라는 질문에 "새로운 인선안이라는게 있을 수가 있나. 이미 결정난건데"라며 "거기서 새롭게 변화를 가져올 수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윤 후보도 기자들에게 김 전 위원장 관련 질문을 받고, "모르겠다. 그 양반 말씀하는 건 나한테 묻지 마라"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두 사람간 갈등은 지난 주말 회동에서 극대화 된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측은 '윤석열·김종인·김병준' 3인 회동 후, 김 전 위원장이 '3김' 구성에 "합의했다"며 공식 인선을 발표했지만, 김 전 위원장은 "내 입장을 얘기했지 동의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해 의견이 엇갈렸다.
당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김 전 위원장이 '원톱'으로서 나름의 전권을 갖는 구조를 생각했는데, '3김' 구조는 권력이 나뉘는 것으로 비쳐진다는 데에서 불만을 가진 것이라 본다"고 전했다. 두 사람이 결별 수순에 들어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통합'을 강조해 온 윤 후보의 리더십이 선대위 출범도 하기전에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원팀 실패에 국민의힘 초비상
'김종인호 선대위'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 지는 아직 미지수다. 김 전 위원장이 "(윤 후보가) 찾아오면 만나는 거지,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대화 가능성을 열긴 했으나, 윤 후보는 '내 할 도리는 다했다'는 입장을 경선 예비후보들에게 밝힌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윤 후보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장제원 의원 등 중진들이 '직책을 맡지 않겠다'고 잇달아 발표하는 것도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 장 의원은 경선 캠프 종합상황실장을 맡다가 아들 문제로 중도 사퇴했다. 최근 윤 후보의 비서실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돼 왔지만 김 전 위원장은 장 의원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 전 위원장은 중진을 대거 기용한 '매머드급 선대위' 대신 '슬림한 실무형 선대위'를 추구한 만큼, 나경원 전 의원과 김태호 의원의 "백의종군" 선언이 긍적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은 "장 의원이 윤 후보 곁을 떠나는 거하고 나하고 아무 관계가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