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민원에 멍드는 공무원들.. "폭행방지대책 세워달라"
2021.11.25 16:34
수정 : 2021.11.25 16:3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민원인에게 폭언·폭행 등 피해를 입은 공무원이 증가하고 있으나 보호대책이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악성 민원으로 피해를 입은 공무원의 수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현재로선 이들을 보호할 법안이 없는 상황이다. 공무원노조 등은 법안 마련을 통해 사후 보호 뿐만 아니라 사전적 예방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호 규정 없어 몸·마음 병드는 공무원들
25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악성 민원으로 인해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호소하는 공무원이 늘고 있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행정기관, 지자체 등 소속 민원 담당 공무원에 대한 폭언·폭행 등 건수는 4만6079건에 달한다. 악성 민원은 2018년 3만4484건, 2019년 3만8054건을 기록해 해마다 증가세를 보였다.
악성 민원인의 난동 수준은 날로 험악해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경북 포항시청 대중교통과에서 근무하던 A씨는 택시 감차 정책에 불만을 품은 60대 민원인으로부터 염산 테러를 당해 한쪽 눈과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포항시 관계자는 "당시 테러 현장을 목격한 직원들 중 일부는 시청 내 트라우마 센터에 방문해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청주시에서도 지난달 말 민원인이 흉기를 던지거나 공무원을 폭행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청주시지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공무원 폭행 방지 대책을 세워달라"고 촉구했다.
현장에선 구체적인 대응 법안이 부족해 공무원들의 폭언·폭행 피해가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진 한국노총 공무원노조연맹(공무원연맹) 위원장은 "민원인의 막말, 폭행에 대응할 보호 법안이 없어 피해 공무원이 직접 고소·고발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사전 예방을 위해 보호 장비 등을 구비하려 해도 법안이 없어 예산 투입이 어렵다. 때문에 각 지자체에 보호 조례라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지역마다 편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일각에선 공무원도 법적 보호 대상에 포함된다고 해석하고 있다"며 "공무원의 경우 행안부의 보호 조치 관련 지침이 있어야 보호 받을 수 있는데 현재로선 (지침이) 없어 사각지대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법안 통과 될까.. "시행령 구체화돼야"
공무원들의 폭언·폭행 피해가 잇따르자 국회에서도 공무원 보호 방안을 명문화 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대민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에 대해 피해 우려 시 업무 일시 중단이나 전환 등의 보호 조항을 담은 '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4월 발의했다. 이형석 의원실 관계자는 "유사한 법안을 담은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합쳐져 지난 18일 열린 행안부 법안소위를 통과해 행안위 전체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큰 이견이 없는 이상 본회의 통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공무원연맹 등은 피해 후 보호 조치와 사전 예방 등을 담은 구체적인 시행령 마련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행안부 법안소위를 통과한 법안에는 피해 공무원을 위한 심리상담 지원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법이 통과될 경우 내년 2월 공포 후 7월 시행될 것"이라며 "피해를 입은 민원 공무원에 적절한 보호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시행령 개정안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