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사마 야요이 '호박' 54억5000만원.. 국내 경매 최고가
2021.11.24 10:37
수정 : 2021.11.24 14:02기사원문
서울옥션은 지난 23일 오후 서울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진행된 윈터 세일에서 쿠사마 야요이의 1981년작 50호 크기 '호박'이 54억5000만원에 현장에서 낙찰됐다고 24일 밝혔다. 이는 올해 국내에서 열린 경매에서 낙찰된 전체 작품 중 최고가 기록으로 기존 최고가 작품은 지난 5월 케이옥션 경매에서 42억원에 낙찰된 마르크 샤갈의 1973년작 '생 폴 드 방스의 정원'이었다.
이 작품은 국내에서 소개된 쿠사마의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으로 1980년대 초 그가 한동안 멈췄던 작업을 재개하면서 본격적으로 '호박' 연작을 시작한 해에 그려진 작품이다.
1929년 일본 나가노 마쓰모토시에서 종묘원을 운영하는 부유한 집안의 막내딸로 태어난 쿠사마는 언제나 부재했던 방탕한 아버지와 강압적이고 폭력적이었던 어머니 때문에 행복하지 못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로 인해 쿠사마는 10살 경부터 강박신경증과 그로 인한 환각, 환청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가족들은 그녀의 증상을 이해하지 못했고 홀로 자신의 정신 질환을 견뎌야 했던 쿠사마에게 유일한 피난처는 미술이었다.
환각을 경험할 때마다 그녀는 그림을 그리거나 오브제를 만들었고 자신의 내면에 있는 감정을 꺼내 재창조하기를 반복했다. 쿠사마가 유난히 애착을 갖는 대상은 호박이었는데 그녀는 호박을 하나의 큰 점으로 생각했다. 처음 쿠사마가 호박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1940년대 중반으로 지역 아티스트들을 대상으로 열린 지역구 전시에서 다양한 사이즈의 호박을 일본 전통화 기법으로 그려내 선보였다. 호박 안에 있는 수많은 씨앗들은 쿠사마가 항상 강조하던 무한 반복과 집착의 이미지에 들어맞았으며 일정한 무늬와 패턴이 반복되는 추상적인 이미지를 호박을 통해 표현하려고 했다. 그 후 1940년대 후반 교토에서 대학을 다니던 시절 호박 그림에 몰두하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전위 예술을 펼쳤고, 1973년 일본으로 돌아온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다양한 장르의 호박 작품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출품 작품 속에서 사용된 선명한 노랑색과 짙은 블랙은 서로 중첩되지 않고 본연의 색을 충실하게 드러내는 역할을 하며, 점을 통해 표현된 호박의 형태적 측면이 더욱 극명하게 나타나게 한다. 색의 선명한 대비 그리고 통제와 구분을 통해 강렬한 시각적 효과를 창조하며 쿠사마 자신의 존재를 작품에 투영했다.
한편 이날 열린 서울옥션 '윈터 세일'은 낙찰 총액 약 115억원, 낙찰율 약 93%를 기록하며 마무리됐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