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산업법 연내 제정, 무산 수순..세금 유예로 가닥?
2021.11.24 15:21
수정 : 2021.11.24 15:48기사원문
정무위 법안소위 "다음 회의까지 정부안 제출하라"
국회 정무위원회는 23일 법안심사1소위원회를 개최하고 가상자산법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다. 지난주에 이어 2주 연속으로 심사를 진행했지만 법안 심사는 속도를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위는 가상자산법에 대한 정부안을 다음 회의까지 보고해줄 것을 주문하고 회의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정무위 법안소위는 지난 17일 개최된 회의에서 금융위에 가상자산법에 대한 정부 입장을 보고할 것을 주문했다. 국회에 제출된 가상자산법 제정안과 관련 법률 개정안 등 13개에 달하는데다 법안별로 쟁점이 다양한 만큼 정부안을 정리해서 가져오면 이를 바탕으로 논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23일 회의를 앞두고 금융위가 소위에 제출한 자료는 기존 국회에 제출된 법안을 쟁점별로 정리하는 수준에 그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안소위가 17일 회의에서 △기존법 개정이 아니라 신규 법 제정 △투자자 보호 등 단기 과제 우선 반영 △ 자율규제 방식 등 기본적인 정부안의 방향에 대해 의견을 모았는데도 이는 반영되지 않았다.
"3년 넘게 논의했는데 아직도 정부안 없나" 질책
소위 소속 의원들은 "3년 넘게 가상자산법에 대해 의논을 했는데도 아직까지 정부안이 없다"며 금융당국의 준비 부족에 대해 다시 한번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는 이에 따라 자본시장연구원 등에 용역을 의뢰해 정부안을 마련해 보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소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소위에서 이미 정부안을 요구했는데 금융위가 기존에 발의된 법안을 요약하는 형식의 보고 자료를 가져온 것에 대해 의원들의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소위에서 일부 의원들은 현재 발의된 가상자산법 처리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법 적용 대상이 되는 가상자산 거래소 등 업계에서도 최근 자율규제 등을 강조하며 가상자산법 처리에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는 상황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면 자본시장법이나 전자금융업법 개정 등을 통해서도 충분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며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가상자산법을 무리하게 처리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당 측은 당초 이번주까지 가상자산법에 대한 법안심사를 진행하고 29일 예정된 전체회의에서 의결, 법사위를 거쳐 12월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소위 심사가 늦어짐에 따라 이같은 시간표를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법안 심사 지연으로 사실상 여당 측에서 추진해온 연내 처리는 무산된 것으로 봐야할 것"이라며 "내년 대선을 고려하면 5월 이후에나 처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호없이 과세없다"는 여당..정부 입장이 관건
문제는 가상자산법과 내년부터 시작되는 가상자산 과세유예가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최근 SNS 게시글을 통해 "지금 국회에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와 건전한 시장 발전을 위한 다양한 법안이 발의돼 있다"며 "관련 법률안을 논의해서 제정안을 입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쓴 바 있다. 투자자 보호 장치를 충분히 만든 이후에 과세를 진행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민주당 역시 정부와 함께 가상자산 과세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투자자 보호를 담고 있는 가상자산법 국회 논의가 지연됨에 따라 내년 1월 1일로 정해진 가상자산 과세 유예로 정책의 가닥이 잡히는 모양새다.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11일 전체회의를 열어 가상자산 과세유예 방안을 담고 있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상정하고 조세소위에서 논의를 진행 중이다. 논의되는 법안은 노웅래 의원이 가상자산 과세 1년 유예 내용을 담아 지난 7월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과 조명희 의원의 1년 유예안, 유경준 의원의 2년 유예안 등이다.
다만 정부는 내년부터 과세를 진행하는 것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과세 이행을 위한 후속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소득세법의 경우 내년 예산안 처리와 함께 처리를 하면 되는 상황이라 국회 시간표 상에서는 충분히 처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bawu@fnnews.com 정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