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경찰 부실 대응사건…"전문가 의식 없다"
2021.11.25 16:34
수정 : 2021.11.25 16:3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피살 당한 사건과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 등으로 경찰의 초동 대응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찰의 교육 강화와 함께 대응 방식의 전면적 개편을 요구했다.
■여섯번 신고하고도 살해…"경찰 대응 피상적"
25일 경찰은 30대 여성 A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살인 등)로 김병찬(35)에 대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A씨에게 두 차례나 구조 신호를 받고도 초동 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특히 A씨가 올해만 다섯 차례 경찰에 신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이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이라며 "강력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음에도 경찰의 대처는 피상적이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회문제와 범죄양상이 변하고 있는데도 경찰의 대응 방식은 과거에 멈춰있다"며 "스토킹처벌법만 시행되면 뭐하겠나"라고 되물었다.
A씨의 첫번째 신고를 받은 경찰이 위치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미 상업적으로도 위치정보 시스템이 많이 쓰여지고 있는데 경찰의 기술은 여전히 뒤처져 있는 듯 하다"며 "스토킹처벌법이 입법되고 시행되기까지 6개월여 시간이 있었음에도 철저히 준비되지 못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최근 위치확인기능을 강화한 신변보호 시스템을 개발했으나 아직 시범운용 기간으로, 일선서에 도입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A씨가 지속적으로 스토킹 피해를 입었던 점과 김씨의 공격성 등을 고려해 김병찬에 대해 유치장 입감 신청을 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죄가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김씨가 그 정도의 극단적인 범행을 저지를 거라고는 경찰로선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다만 신고를 접수한 상황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전했다.
■"경찰, 전문가 자질 부족"
경찰의 미흡한 초동대처는 인천에서도 벌어졌다. 인천 논현경찰서는 살인미수 및 특수상해 혐의로 B씨(48)를 검찰에 송치했다. 그는 지난 15일 오후 4시50분께 인천 남동구 한 빌라 3층에서 B씨 등 일가족 3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 범행 현장에 경찰관이 있었음에도 피해를 최소화하지 못하고 되려 자리를 이탈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경찰 대응이 늦어지는 사이 피해 가족이 스스로 범인을 제압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경찰의 훈련 부족 등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미국 LA경찰은 현장 투입 전 8개월 간 훈련을 받고 총기 사용법 숙지에 113시간을 소비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중앙경찰학교의 현장대응 교육은 134시간에 불과하다. 이 중 총기 교육은 36시간이 전부다.
결국 경찰은 코로나 발생 이후 배치된 신임 경찰관 1만 여명을 전면 재교육 하기로 했다. 각 시도청 교육센터에서 이틀간 테이저건·권총 사격, 체포술 등 물리력 행사 훈련과 직업윤리 재교육을 실시한다.
전문가들은 경찰 전반의 훈련 부족과 판단 미숙이 나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웅혁 교수는 "현장에서 즉흥적인 판단을 한 자체도 문제며 수동적인 조직 문화도 한 몫했다"며 "치안 전문가로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해 생긴 문제"라고 지적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