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이승민' 김지훈, 아스퍼거 장애 극복하고 세미프로 합격

      2021.11.28 11:44   수정 : 2021.11.28 11:4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아스퍼거 증후군 장애를 극복하고 KPGA세미프로 테스트에 당당히 합격한 인간승리의 주인공이 있다.

올해로 골프 입문 8년차인 김지훈(23)이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언어 및 인지발달은 정상적이지만 운동기능의 발달에 지체가 나타나고 정서적·사회적 발달에 결함을 보이는 자폐성 장애 하위 유형의 하나로 4세~11세에 주로 나타난다.



김군이 병세를 알게 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사람들을 피하고 대화를 하더라도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상황이 점점 늘어나면서다.
남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이 두렵고 오히려 관심을 갖지 않으면 고마웠다. 그러니 당연히 또래 아이들과 어울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중학교 2학년 중반에 엄마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했다. 사회성을 기르는데 도움이 될까봐서다. 하지만 골프를 시작해 처음엔 너무 힘든 시기를 보냈다. 초창기 스윙 코치로 부터 과도한 체벌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거주지인 청주에서 활동하는 송재범프로를 만나 골프를 제대로 배울 수가 있었다.

김지훈의 골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은 작년 6월 '맞춤형 골프의 대가' 김종필(60)프로를 만나면서 부터다. '골프계의 JP'로 불리는 김종필은 선수 개개인의 능력에 맞는 이른바 '맞춤형 지도'로 허윤경, 장하나 등 수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을 배출했다. 그 중에는 발달 장애 골퍼 이승민프로도 있다.

김지훈은 "KPGA프로가 된 이승민 선수의 기사를 읽고 JP아카데미로 오게 됐다. 이 곳에서 프로 선수들과 생활하면서 의욕이 더 생겼다"고 했다. 그의 목소리는 전혀 장애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밝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경기도 평택 소재 아카데미에서 스승인 김종필프로와 숙식을 함께 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김종필프로는 "처음 왔을 때만 해도 눈을 마주 보고 대화를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면서 "(김)지훈이는 천재성이 있다. 가르치는 대로 다한다"고 제자의 대단한 탤런트를 추켜 세웠다. 스승의 노력과 제자의 탤런트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김지훈은 올 하반기 KPGA세미프로 테스트에 4위로 합격했다.

김지훈은 "이제 시작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이제부터는 투어 프로를 목표로 도전해보겠다"고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플랜B도 있다. 그는 "만약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면 연습장을 만들어 나처럼 장애를 겪고 있는 젊은이들을 위해 재능기부를 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골프를 하면서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구나'라는 걸 깨닫게 됐다는 김지훈은 골프 외에도 관심 분야가 다양하다. 그는 인터뷰를 진행하면서도 주제가 전환되면 대화를 리드해가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정치, 경제, 과학, 환경 등을 가리지 않은 해박한 지식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다.

'관심 분야가 왜 그렇게 많으냐'고 묻자 그로부터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라는 간단명료한 답이 돌아왔다. 김종필프로의 말대로 그것은 그의 천재성과 무관치 않은 듯 했다. IQ가 147인 김지훈은 "주변에서 천재라고 하는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IQ도 믿을 수 없는 수치다"고 손사래를 쳤다.

아직 그의 골프는 진행형이다. 우선은 현재 230m인 드라이버샷 비거리를 늘려야 한다. 김지훈은 "기량면에서 특출나게 잘하는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못하는 것도 없는 것 같다. 전체적으로 무난한 수준이다"고 자신의 골프를 평가한다. 그는 외국인과 소통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영어도 잘한다. 하지만 스스로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 아예 입을 열지 않는다. 아스퍼거 증후군 장애의 특징이다.

김지훈의 원래 꿈은 작가였다. 그는 "골프는 하지 않았더라면 작가를 꿈꿨을 것이다. 길게 써보려니까 잘 안됐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장편소설을 꼭 써 볼 생각이다"라며 "연애도 해보고 싶다.
여자친구랑 함께 영화도 보고 쇼핑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원해준 부모님께 늘 감사드린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저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언젠가 난 그 벽을 넘고서 저 하늘을 높이 날을 수 있어요'. 장애를 극복하고 당당히 일어선 '김지훈의 꿈'을 응원한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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