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비판 감수" 日기시다, 오미크론 '초강수 선제 대응' 배경은

      2021.11.30 12:55   수정 : 2021.11.30 12:59기사원문
【도쿄=조은효 특파원】"너무 신중하다는 비판은 모두 내가 짊어지겠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코로나19 새 변종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유입을 막기 위해 외국인 신규 입국 전면 금지라는 초강수를 꺼내든 것을 놓고, 11월 30일 일본 정가에서는 코로나 방역 실패로 막을 내린 아베·스가 정권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아베·스가 전철 밟지 않겠다
전날 기시다 총리는 '기습적'으로 11월 30일 0시를 시점으로 유학생, 비즈니스맨 등 외국인의 신규 입국금지와 함께 오미크론 감염이 확인된 국가에서 입국하는 자국민, 재입국 외국인에 대한 10일 정부 지정 시설 격리조치를 발표했다.

이로 인해 지난 11월 8일부터 예외적으로 입국을 허용한 비즈니스 목적 단기 출장, 유학생·주재원·연수생 등 장기 체류자들의 일본 입국길이 다시 막히게 됐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이런 내용을 발표하면서 오미크론 선제 대응에 따른 비판은 "모두 자신이 짊어질 각오"라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어서 이날 오전 개최된 자민당 간부회의에서도 "이번 조치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가 어느 정도 밝혀질 때까지의 임시 조치"라면서도 "의료체제 강화, 코로나 백신 3차 접종 등에 있어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 준비해 나가겠다"고 역설했다.

기시다 내각의 오미크론 선제 대응을 놓고, 일본 정가 및 주류 언론에서는 코로나 방역에 '무르게' 대응했다가 실각한 아베, 스가 두 정권의 교훈을 의식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반드시 정권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아사히신문은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점도 판단의 배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기시다 총리의 발표 직전에 열린 당정회의에서 자민당의 한 간부는 "(오미크론)대응이 참의원 선거 결과에 직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유학생 등 대혼란
일본 정부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오미크론 바이러스를 확인했다고 발표한 바로 다음 날인 11월 26일 남아공 등 6개국에 대한 입국 규제를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오미크론을 '우려 변이'로 지정하기도 전, 한 발 빠른 조치였다. 이어 하루 뒤인 27일 남아프리카 3개국을 추가했고, 이틀 뒤인 29일 오후, 시행까지 불과 12시간도 남겨놓지 않고선 '30일 0시부터 외국인 신규 입국 전면 금지'를 기습 발표했다. 전임 아베 정권은 코로나 감염 확산 초기였던 지난해, 미국이 중국 전역을 입국 금지 대상에 올려놓았던 것과 달리, 후베이성에만 입국 규제를 가하는 등 미온적 대응으로 내내 방역 실책 논란에 시달렸다.

반면, 대응이 빠른 만큼, 그에 따른 충격도 크다. 일본 입국을 준비해 온 일본 유학생 및 취업자, 주재원들은 기습적인 발표에 큰 혼란에 빠졌다. 일부는 이미 사증(비자)를 발급받고, 12월 초에 일본 입국을 예정했던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대학가는 물론이고 일손 확보 차원에서 기술연수생 등을 받을 계획이었던 일본의 중소기업과 지자체 역시, 이번 조치가 장기화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한편, 전날 일본 전역의 코로나 확진자는 도쿄 8명을 비롯해 총 82명으로 집계됐다.
추가적인 사망자는 1명이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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