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보다 늦는 한국 결합심사… "독과점보다 경쟁력 제고를"
2021.11.30 18:22
수정 : 2021.11.30 18:33기사원문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약 없는 기업결합심사 승인에 해당 기업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공정위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를 연내 마무리 짓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승인도 햇수로 3년을 훌쩍 넘었다.
■대한항공-아시아나 심사 1년 넘겨
11월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을 발표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연내 통합은 사실상 힘들어진 상황이다.
통합을 위한 필수요건인 아시아나항공의 유상증자를 위해서는 올해 1월 기업결합 심사를 요청한 필수신고국 9개 나라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이 나야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을 포함해 유럽연합(EU), 미국, 중국, 일본 등 5개국의 승인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해당 국가에 대한 기업결합 승인이 난 후 아시아나항공이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면 대한항공이 증자에 참여해 아시아나항공 지분 60% 이상을 취득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위한 물리적인 절차는 마무리된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통합(PMI) 계획안을 이미 확정한 만큼 이후에는 PMI에 따라 절차가 진행된다. PMI 계획에는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와 에어부산·에어서울 등 계열 항공사의 통합 방안,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행위제한 이슈 해소 방안, 고용유지 및 단체협약 승계 방안, 지원사업부문 효율화 방안 등이 포함됐다. 메가 캐리어의 등장과 LCC 통합까지 항공산업 전반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포스트 코로나 항공시장 선점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기업결합 심사가 언제쯤 마무리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 통합과 관련, 해외 경쟁당국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11월 베트남 경쟁당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여기에 EU 경쟁당국도 그동안 4차례나 연기했던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심사를 재개했다.
이처럼 해외에서 기업결합 승인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조속한 마무리를 위해 우리나라 공정위가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 장기화로 위축된 글로벌 항공 여객수요가 백신보급, 치료약 개발 등으로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면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경쟁당국 입장에서 보면 자국의 경쟁당국에서도 승인을 안해주는 건을 해외에서 먼저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기업결합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없고 통합 후 경쟁력을 생각하면 조속한 공정위의 심사 통과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공정위가 독과점 우려로 운수권, 슬롯 배분 등 조건부 승인을 해주는 것은 자칫 항공산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의 경우 대체로 1국 1항공사 체제를 갖추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은 규모가 커 여러 개의 국적항공사를 갖추고 있지만 독일, 프랑스, 호주, 캐나다 등은 1국 1사 체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완전경쟁시장인 항공산업의 특성을 생각하면 독과점을 우려하는 것보다는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경쟁할 수 있는지를 주목해야 한다"면서 "코로나19 장기화로 세계 주요 국가가 자국의 항공사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통합 항공사를 통해 항공산업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