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없어 버스 멈춘다는데…재고 내놓는 건 당연한 일"
2021.12.01 16:56
수정 : 2021.12.01 16:56기사원문
호남에서 유일하게 요소수를 생산하는 아톤산업은 이러한 상황에서 이익보다는 상생을 선택한 것이다. 오너의 판단에 따라 큰 이익을 낼 수 있는 상황에 내린 통 큰 결정이었다는 평가다.
■욕심 버려야 멀리 간다
지난 11월 16일 만난 김기원 대표는 "순간적인 욕심을 경계하고 기업의 기본을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평소 해오던 것을 갑자기 바꾼다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벌어진 마스크 대란 사태가 떠오르면서 위기는 언젠가 극복되고, 그 시기가 찾아오면 이윤을 쫓아 폭리를 취한 기업은 살아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지난달 4일 익산시와 협약을 맺고 지역 업체에 요소수를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가격은 정가 그대로였다. 이어 전북지역 다른 지자체와도 차례로 협약을 맺고 안정적인 공급을 약속했다.
품귀현상을 견디다 못해 회사로 직접 찾아오는 이들에게 여분의 물량을 판매하기도 했다. 보통 요소수 판매는 계약에 따르고 거래량도 커 개인 판매는 하지 않지만 딱한 사정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는 "갑자기 바꾸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마크스 때도 봤지만, 그 순간인데, 욕심만 내면 멀리 가지 못한다"면서 "중소기업이 만용을 부린들 오래가지 않는다. 조금 더 벌어 봤자다. 평소 하던 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수소 대란) 위기는 금방 끝날 것이다. 조금 기다려야 한다. 나라 안 망한다"고 향후 요소수 사태를 낙관적으로 점쳤다.
■대란 속 지역 상생 협약 확산
김 대표는 지난달 4일 익산신와 공급 약정을 체결하고 요소수 품귀 사태에 대해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협약에는 요소수가 필수적인 산업 분야인 화물연대 익산지회, 건설기계 익산지회, 건설산업 화물운수 익산지회 등이 참여했다. 일반 차량을 넘어 산업계가 마비될 수 있는 상황에 지역에 있는 업체 하나로 익산은 요소수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일반시민을 위한 요소수 직접 판매도 진행됐다. 일반적인 유통경로로는 요소수를 구할 수 없게 된 소비자를 위한 결정이었다. 지난달 8일 진행된 일반인 판매에는 250명분이 준비됐지만 곧장 동이 났다. 100명이 넘은 사람들이 요소수를 구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부터 아톤산업은 넉넉하지 않은 물량이지만 주유소와 직접 판매를 통해 일반시민에게 요소수를 공급하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은 언론을 통해 전국으로 퍼졌다. 반가운 소식에 전북지역 지자체들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아톤산업은 익산시에 이어 완주군, 무주군, 진안군, 장수군, 군산시 등과 요소수 우선 공급 협약을 맺었다. 협약을 맺은 지자체들은 한 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김 대표는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에도 강원지역 한 지자체장과 전화 통화를 하며 요소수 2000리터를 무료로 보내주겠다는 뜻을 전했다. 뉴스를 통해 해당 지역 시내버스가 멈출 위기에 처했다는 기사를 접해 먼저 손을 내민 것이다. 갑작스런 호의에 당황한 해당 지자체장은 유선상으로 여러 확인을 거친 뒤에야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칭찬을 건네는 취재진에게 김 대표는 "이제 돈 벌기는 틀린 것 같다"며 웃었다.
■요소수 생산 한계, 원재료 수입 필요
아톤산업도 요소수 생산에 한계가 있다. 현재 차량용 요소수를 하루 100톤 가량 생산하는데, 평소보다 과잉생산 하고 있다는 것이 김 대표 설명이다.
원재료인 요소를 수입하는 것도 쉽지 않다.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 요소를 수입하는데 현지에서 약속을 어기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아톤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재고로는 이달 말이면 한계가 온다.
■환경전문업체 아톤산업
아톤산업은 요소수와 고분자응집제 같은 환경약품 생산, 폐기물 수집운반, 환경전문공사 등에 사업을 진행하는 환경전문 업체다. 환경 관련 업체를 다니며 잔뼈가 굵은 김 대표가 2014년 창업했다.
1990년대 들어 환경의 중요성이 부각됐고, 김 대표는 1991년부터 환경 관련 업무를 맡으며 지식을 쌓았다.
직원은 26명이다. 크지 않지만 12개에 달하는 특허와 인증이 보여주듯 탄탄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창업 초기부터 현재까지 큰 어려움 없이 사업이 번창하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작지만 직원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직원이 과장으로 승진하면 회사 차원에서 차량을 제공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차량은 지원은 중형 이상으로 하는데 직원이 개인적으로 사용해도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 이런 지원책들이 모여 직원들의 자부심을 높인다는 것이 김 대표 지론이다.
그는 "(현재 이목에) 좀 불안함을 느낀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조심해야겠구나 생각한다. 높은 산 밑에는 깊은 계곡이 있다"면서 "특별한 것 없이 내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참고 나눠야 한다"고 마지막 말을 남겼다.
kang1231@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