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중증장애인 휠체어 비용 지급 거부는 부당"
2021.12.03 14:44
수정 : 2021.12.03 14:4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방자치단체가 ‘혼자 힘으로 전동휠체어를 안전하게 운전할 수 없을 것 같다’ 등의 이유로 중증장애인의 휠체어 비용 지급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중증장애인보다 상대적으로 거동이 쉬운 장애인에게는 전동휠체어 구입비용을 지원하면서, 중증장애인에게는 이를 지급하지 않도록 한 법령 규정은 위헌으로 무효라는 취지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강우찬·위수현·김송 판사)는 중증장애인 A씨가 서울시 강서구청장을 상대로 “보조기기급여 거부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뇌병변·지체 장애를 가진 A씨는 구청에 전동휠체어 비용을 지급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구청은 “A씨가 혼자 힘으로 전동휠체어를 안전하게 운전할 수 없을 것 같다” 등의 이유로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A씨는 강서구 처분이 부당하다며 지난 3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상대적으로 거동이 쉬운 장애인에게는 전동휠체어가 지급이 가능하지만, 중증장애인에게는 오히려 전동휠체어가 지급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 의료급여법은 평등·비례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보조인 조종형 전동휠체어에 대한 급여 비용 지급의 필요성에 대한 고려 없이 이를 선택지에서 제외하고 있는 법령 규정은 장애인복지법,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보장하고 있는 장애인의 이동권,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된다”며 “이에 따라 관련 규정들의 행정입법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위헌·위법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건복지부가 장애인보조기기법 시행규칙에서 보조기기의 지급 등과 관련한 고시를 제정하도록 정하고 있는 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점은 명백한 법령 위반”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우리 공동체의 ‘사회계약’은 장애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만 체결된 것이 아니다”라며 “장애인이건 비장애인이건 모두가 존엄한 주체인 동등한 인간으로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은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