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대책 탈났다… "교통 인프라 등 구체화해 소통부터 다시"
2021.12.05 18:03
수정 : 2021.12.05 18:03기사원문
■집값 급등에 급조 ‘불통대책’ 논란 자초
5일 전문가들과 부동산 시장에 따르면 신규택지 3만3000가구를 포함한 13만2000가구 규모의 8·4공급대책이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한 원인으로는 '소통 미흡'이 꼽히고 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한정된 공간인 도심 속에서의 주택 공급을 위해서는 지자체와 사전 협의 내지는 해당 주민들의 의견 수렴 과정이 필수적"이라며 "하지만 8·4대책은 소통을 거치지 않은 속도전 및 물량전에 매몰돼 급조되면서 현재 사업들이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고 진단했다.
당장 신규택지 가운데 비교적 빠른 사업이 가능한 국립외교원 유휴지, 상암DMC·SH 마곡·문정동·거여동의 미매각부지들도 지자체나 관계기관과의 실무 협의에 시간이 걸려 지구지정이 늦어지고 있다. 용산 캠프킴 미군기지, 서울지방조달청, 서부면허시험장 등은 이전작업 및 택지조성에 상당한 기간이 불가피하다. 공급물량이 가장 많은 태릉골프장(1만가구)은 경관훼손 문제와 교통대책 등으로 규모를 축소해 사업계획을 다시 짜야 할 판이다. 정부과천청사 유휴지(4000가구)도 공원 조성을 요구하는 지역민들의 극렬한 반대에 대체지로 계획을 수정해 사업이 지연될 처지다.
신규택지 외에도 8·4대책의 핵심인 공공재건축(5만가구)과 공공재개발(2만가구)도 주민 참여 저조로 사업 추진이 더디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외곽 지역과 달리 도심은 이미 공간을 활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는데 대책 수립과정에서 주민, 지자체와 제대로 협의하지 않았다"며 "특히 지자체장부터 설득이 되지 않는데, 주민 동의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실장은 "지자체의 경우 도시기본계획이라는 장기 계획을 갖고 있는데, 정부가 주택 계획을 갑자기 발표하면서 정부와 지자체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통기획처럼 ‘주민 공감’이 최우선
8·4대책이 속도를 내기 위한 대안으로는 사회기반시설 확충, 선별적 사업 추진 등이 제시됐다.
서 교수는 "주민들이 반발하는 이유 중 하나가 교통난 우려인 만큼 교통 인프라 등 사회기반시설을 구체화해 주민과 지자체를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는 주민 동의 확보가 최우선돼야 하는 만큼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방안부터 고민해야 한다"며 "주민들의 의견을 일정 부분 반영한 사회기반 시설 확충안을 조기에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공재건축 등을 반대하는 지역은 주민 의사에 따라 민간 정비사업을 하도록 하면 된다"며 "주민 의사 반영이 어렵고, 낙후된 지역 등 정비사업이 꼭 필요한 곳은 공공 주도로 개발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높은 참여도를 보이고 있는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추진도 변수다. 민간중심의 신속통합기획 정비사업들이 속도를 내면 공공 정비사업도 탄력을 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공공재개발이나 공공재건축을 추진하려던 구역이나 조합들이 민간 개발로 대거 급선회할 수도 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최용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