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유동성 회수·경기둔화 속 인플레 대응책 담는다
2021.12.06 18:04
수정 : 2021.12.06 18:04기사원문
■'질서 있는 정상화' 핵심
내년 경제정책 가늠자는 이미 제시됐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 3일 내놓은 내년 금융정책방향에서 방향을 엿볼 수 있다. 금융위는 내년 대출총량 관리는 유지하지만 규제대상에서 서민 관련 정책 금융상품은 빼기로 했다. 코로나 지속으로 풀린 유동성을 회수하는 정책을 펴겠지만 상대적으로 회복세가 더딘 부문은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2020년 -0.9%, 올해 4% 정도, 내년 3%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되면 코로나 이전 수준인 연 평균 2%대 성장을 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질서 있는 정상화'를 정책방향으로 잡을 것"이라고 했다. 일종의 코로나 상황에서 확대했던 재정·금융지원 출구전략을 담아낸다는 의미다.
세부적으론 피해가 컸던 소상공인 등 피해계층에 대한 지원이 정책방향에 담길 전망이다. 금융위가 서민 대출상품을 예외로 둔 것과 같은 경우다. 앞서 국회가 지난 3일 본회의에서 소상공인 손실보상 제외업종 지원 예산을 정부안보다 2조원 늘린 10조1000억원으로 편성해 통과시킨 것도 이 같은 정책방향을 예견할 수 있는 실례다.
■'경기둔화 속 인플레' 대비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정책방향과 관련 "높아진 물가 압력 조정을 위해 경기에 부담을 크게 주지 않으면서 유동성을 회수할 방안, 글로벌 공급망 문제에 대한 대응책, 세금·재정에 대한 고민 등이 담겨야 한다"고 했다.
올 11월 소비자물가가 3.7%를 기록하면서 물가에 대한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다 원자재값 상승, 오미크론 확산 등이 겹치면서 인플레는 경제의 주요변수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따라 물가 안정화 대책도 비중 있게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최근 유류세 인하, 채소 비축분 공급 확대 등을 시행한 바 있는데 관련 대책 강도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가공용 옥수수와 설탕 관세인하 확대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 이명박정부 시절 시행됐던 물가부처책임제까지 소환된 상태다.
시장에서는 인플레 속 경기둔화 대응책이 정책에 담길 것이란 예상도 내놓고 있다. 경기흐름은 좋지 않다.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추이는 지난해 상반기를 지나 하반기부터는 5개 분기 연속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성장 동력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 내수경기의 바로미터 중 하나인 소상공인 경기전망이 꺾였다. 이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12월 전망 경기실사지수(BSI)는 85.4로 한 달 전보다 2.2p 하락했다. 지난 9월부터 석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다가 넉 달 만에 하락한 것이다.
박 실장은 "물가와 부채, 대외변수 등을 종합하면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어서 정부와 한국은행이 정책조합을 고심할 수밖에 없다"며 "재정정책을 통해 금리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해 나가는 정책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정책방향 최대변수는 대선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가 내년 정책을 놓고 고심하는 부분은 사실상 대선이다.
'12월 대선, 2월 정부 출범' 때는 1년 단위 정책·예산 흐름에서 1개월 안팎의 정부 간 공백기가 있지만 이번엔 3월 대선이어서 미스매치 기간이 5개월에 달해서다. 정부 경제정책의 집행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내년도 예산안이 지난주 국회를 통과했고, 이에 맞춰 각 부처는 세부 예산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들 정책 자체가 대통령이 바뀜에 따라 연속성을 갖기 어려울 수 있다. 새 대통령이 취임하게 되면 국정 운영도 그의 철학에 따라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통해 대거 개편될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 정부에 따르면 각 부처는 지난 3일 내년도 청와대 업무보고를 서면으로 국무총리실에 제출하는 것으로 끝낼 정도다. 내년도 청와대 업무보고 형식은 별도 행사 없이 총리실이 취합해 전달하는 형태다.
이에 따라 새해 경제정책방향은 정부 간 가교역할에 상당 부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내년 경제정책방향과 관련해 확대간부회의 때 "내년이 '지금 정부의 마무리와 다음 정부의 시작이 함께하는 해'인 만큼 이런 상황에 맞는 최적의 정책 방향과 콘텐츠 강구에 각별히 유념해 달라"고 당부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