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수천건 폭행 일어나도 '무방비'… 취객이 무서운 택시기사

      2021.12.07 18:16   수정 : 2021.12.07 18:16기사원문
"술 취한 손님이 탑승하면 약간 트라우마가 있어요. 욕설 같은 건 자주 있는 일인데 당장 일을 해야니까 참고 빨리 보내는게 낫죠." (60대 택시기사 김모씨)

택시기사들을 상대로 욕설·폭력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현행법상 택시기사에 대한 폭력 행위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운전자폭행으로 가중 처벌 대상이다. 하지만 택시업계는 "운전자 폭행 사건이 있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택시업계가 택시 내 격벽 등 안전장치 설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예산 문제로 수년째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운전자폭행 1만3630건

7일 통계청 '범죄 발생 및 검거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5년 간 택시기사 등을 포함해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은 총 1만3630건 발생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택시기사를 폭행한 뒤 블랙박스 영상 삭제 등을 요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8월에는 '복싱 챔피언' 장정구씨가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에서 술에 취한 채 택시기사를 폭행을 한 혐의로 지난 10월 검찰에 송치됐다.

이외에도 지난 5월에는 서울 관악구에서 20대 승객이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는 60대 택시기사를 무차별 폭행해 공분을 샀고 지난 11월 서울 영등포구 양평로에서는 만취한 승객이 "조수석이 왜 뒤로 안젖혀지냐"며 택시기사의 멱살을 붙잡는 등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택시기사들은 불안감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다. 서울 택시기사 60대 이모씨는 "최근에는 취객이 운전대 잡은 팔을 잡아 당겨 깜짝 놀란 일도 있었다"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너무 아찔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택시기사 김모씨는 "욕설을 하거나 뒷좌석에서 운전석을 발로 차는 행위는 자주 있는 일"이라며 "건장한 젊은 취객이 뒤에 타면 겁이 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족들도 걱정이 많아서 만취한 승객은 태우지 말라고 하는데 쉽지 않다"며 "피해를 당해도 파출소에 가서 진술하다보면 하루 영업을 망친다. 참고 운행을 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택시기사 보호장치 지원 이뤄져야"

택시업계는 택시기사 폭행에 대한 엄중처벌과 택시 내 블랙박스 허용, 격벽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택시기사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이헌영 전국택시노조연맹 정책노사본부장은 "택시기사들은 당장 1시간에 2만원이라도 벌어야 하다보니 피해 신고도 못하는 실정"이라며 "택시기사 폭행에 대한 처벌을 엄중하게 하고 여러 안전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행법은 택시 내 블랙박스를 운전자만 비추도록 하고 있어 폭행 피해를 당해도 입증이 어렵다"며 "차량 내부의 블랙박스 녹화를 가능케 해야한다"고 말했다. 택시업계는 택시 내 블랙박스 녹화를 폭행 피해 발생 시 경찰관 입회하에만 제한적으로 조회하는 방안도 제시했지만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격벽 설치도 수년째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격벽 설치 비용을 법인이나 개인택시가 온전히 부담하긴 힘든 만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uyong@fnnews.com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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