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 왜 디폴트 선언 안했나, 시진핑 3연임 부담 작용한 듯
2021.12.08 15:23
수정 : 2021.12.08 15:51기사원문
【베이징=정지우 특파원】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진 중국 2위의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이 무질서한 파산, 청산보다는 정부 주도 구조조정을 통한 회생의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헝다가 달러채권 이자 상환시기를 놓쳤으면서도 디폴트를 선언을 보류하자, 이같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업계에서 헝다가 가지는 상징성과 도미노 파산, 수백만명의 피해자 양산 등을 감안할 때 부동산 시장을 넘어 중국 경제 전체에 미칠 파장을 고려한 중국 정부의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8일 외신 등에 따르면 헝다는 지난 6일 만기가 도래한 계열사 징청의 달러 채권 이자 8249만 달러(약 976억원)을 지급하지 못했다. 그러나 헝다나 채권 보유인 등은 아직 디폴트를 공식 선언하지 않은 상태다.
대신 헝다는 쉬자인 회장 등 헝다 경영진 2명과 국유기업·자산관리회사·증권회사·법률회사에서 파견한 5명으로 구성된 위험해소위원회를 꾸렸다. 사실상 정부가 주도하는 이 위원회는 앞서 광둥성 정부가 파견한 업무팀과 함께 헝다의 실질적인 정확한 부채 규모를 파악한 뒤 채무조정 및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에선 이처럼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중국 당국이 헝다의 파산보다는 △헝다의 자산 매각 △1300여개에 걸친 헝다의 건설 프로젝트 정상적인 마무리 등으로 경제·시회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는 ‘질서 있는 구조조정’에 나설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미 중국 정부는 대형 민영기업인 하이난항공(HAN) 그룹 사태 때도 ‘하이난성·HAN연합 업무팀’을 꾸려 구조조정을 관리한 경험도 있다.
만약 헝다의 디폴트 선언을 하게 되면 그 공포가 192억3600만 달러(약 22조7000억원) 규모의 달러 채권 연쇄 채무불이행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결국 헝다이 공중분해를 야기하고 부동산 프로젝트들도 줄줄이 표류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160만명에 달하는 수분양자들의 사회에 대한 불만은 내년 3연임을 확정할 시 주석에겐 걸림돌이다.
중국공산당이 지난 6일 시 주석 주재로 중앙정치국 회의를 열고 2022년 경제정책을 논의하면서 부동산 업계 규제를 완화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맥쿼리증권의 래리 후 중국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최고지도자들이 잠재적인 불안정성의 위험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파산 절차인 ‘파산 청산’도 리스크를 각오해야 한다. 헝다의 남은 자산을 모두 처분해 채권자에게 나눠준 후 해당 법인을 없애는 방법이다. 헝다의 총 자산은 2조3775억 위안(약 439조원)으로 알려졌지만 당국의 부채 산정 과정에서 부채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즉 부채 일부는 포기해야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다만 헝다의 부동산 제국 붕괴는 정해진 수순이라는 의견에는 큰 이견이 없다. 남은 것은 헝다의 자산을 누가 가져갈 것인지 여부일 뿐이지 질서 있는 퇴진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앞서 헝다는 지난 3일 밤 디폴트 위험을 예고한 공시에서 해외 채권자들과 소통해 역외(국외) 채무를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홍콩 오리엔털캐피털리서치의 앤드루 칼리어는 외신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해외 채권 보유인들은 지급 줄의 가장 뒤에 서 있어 확실히 가장 큰 손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8일부터 열리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내년 경제 정책의 초점을 규제→성장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이날 보도했다. jjw@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