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남에서 프로이트로.. 오영수 "연극은 내 중심, 관객의 뇌리에 잊히지 않는 연기위해 노력"

      2021.12.08 15:43   수정 : 2021.12.08 19:5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오징어게임'으로 주변에서 나를 많이 띄워놓은 것 같다. 자제력이나 중심이 흐트러지진 않을까 염려하던 차에 품격 있는 좋은 연극을 만나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에서 오일남 역으로 전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배우 오영수(77)가 차기작으로 연극 '라스트 세션'을 선택했다.

2019년 12월 연극 '노부인의 방문' 이후 2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것이다. 오영수는 1967년 극단 광장에서 배우로서의 삶을 시작했으며 55년 가까이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관록의 배우다.


연극 '라스트 세션'은 미국의 극작가 마크 세인트 저메인이 아맨드 M. 니콜라이의 저서 '루이스 vs. 프로이트'에서 영감을 얻어 쓴 작품으로 영국이 독일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제2차 세계대전에 돌입한 1939년 9월 3일을 배경으로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C. S. 루이스'가 직접 만나 논쟁을 벌인다는 상상에 기반한 2인극이다. 지난해 7월 국내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새해인 다음달 7일부터 3월 6일까지 서울 대학로 티오엠에서 재연된다.

작가는 실제로는 만난 적 없는 두 사람을 무대 위로 불러내 신과 종교에 대한 도발적인 토론을 야기한다. 20세기의 무신론의 시금석으로 불리는 프로이트와 대표적인 기독교 변증가 루이스는 신에 대한 물음에서 나아가 삶의 의미와 죽음, 인간의 욕망과 고통에 대해 한치의 양보 없이 치열하고도 재치있는 논변을 쏟아낸다.

이 작품에서 오영수는 신구와 함께 오스트리아 출신의 정신병리학자이자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 역을 맡았다.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이자 영문학 교수 C.S. 루이스' 역은 이상윤과 전박찬이 맡았다.

오영수는 8일 서울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무엇보다 신구 선배님과 무대에 같이 서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 제가 지금까지 50년 넘게 연기자로 조용히 생활해 왔지만 근래 '오징어게임'으로 갑자기 부상돼 정신적으로 현란한 분위기에 젖어있었던 것 같다"며 "나이를 먹었지만 스스로 자제력을 잃고 있지 않나 하며 생각하던 찰나 이 작품의 의뢰가 왔다. 정신없이 바쁘고, 광고도 들어오는 와중에 왜 연극을 선택하냐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오히려 이 작품을 통해 오랫동안 지향해왔던 연극을 향한 원동력이 다시 심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영수는 "제가 맡게된 프로이트라는 인물은 '인간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라는 지고의 경지를 생각하며 신과 종교의 대립각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인물로 어떻게 보면 지구상에서 자신이 혼자라는 사실을 직시하려는 사람"이라며 "배우의 인생을 걷는 저 역시 언젠가는 어느 경지에 이르지 않을까 생각해 왔는데 그 부분이 프로이트와 같은 모습도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하며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 배우는 "2인극으로 대사의 분량이 만만치 않은데다 대사 내용 자체가 일상 용어라기보다는 관념적이고 논리적이어서 헤쳐나가기 상당히 힘든 부분도 있다. 나이를 먹다 보니 기억력도 조금 감퇴된 부분도 있지만 신구 선배님이 이 역을 하셨다길래 용기를 가지고 참여했다"고 밝혔다.

오영수는 "저는 배우로서 연극무대를 내 삶의 목적이자 의미라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활동해왔다"며 "제가 조금 나이를 덜 먹었을 때는 연극이 관객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배우가 역할자로서 던져주고 알려주는 존재로 생각해왔는데 나이를 먹으며 관객과 같이 호흡하는 것임을 인지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오영수는 "관객들이 극장 문 밖을 나섰을 때 뇌리에서 사라지는 연극이 아니라 잠을 자기 전에 한 번 생각해보고 아침에 깨어나서 떠올려볼 수 있는 작품이 참다운 연극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무대의 힘은 거기에 못 미치는 것 같아 아쉽고 배우로서 부끄럽기도 하다"며 "관객들의 심금에 와닿는 연극을 하겠다고 다짐하며 무대에 오를 것"이라고 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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