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 처리까지'…극한 상황 몰린 간호사들 "너도나도 사표" 줄 섰다
2021.12.09 06:12
수정 : 2021.12.09 06:41기사원문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박재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첫 7000명대를 기록한 데다 위중증 환자도 800명대 벽을 깨면서 위험상황을 알리는 주요 방역지표들이 악화하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도 연일 이어지는 확진자 증가로 고통을 겪는 의료진들이 줄사표를 내는 등 '의료체계 붕괴' 수준에 이른 상황에서 정부가 현장 목소리를 담은 대책을 조속히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9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8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7175명으로 국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7일까지 1주일간 5000명 안팎이던 신규 확진자 수가 단번에 7000명대로 올라선 것이다. 위증증 환자도 840명으로 늘었고, 사망자도 63명 발생하며 누적 사망자는 4020명이 됐다.
코로나19가 국내에 들어온 이후 2년째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들은 연일 '어려운 상황'이라며 아우성치고 있지만 정부의 효과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서 의료체계가 붕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안수경 국립중앙의료원 간호사는 "현장에서는 너도 나도 사표 내겠다는 말만 한다"며 "특히 신규 간호사들이나 코로나 시국을 겪은 1~2년차 간호사들이 제일 힘들어한다"고 했다.
신규 직원뿐만 아니라 중간 연차 직원들도 연일 사표를 내고 싶다는 상담이 들어오고 있고, 그만큼 채용도 이뤄지고 있지 않아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인력 확충을 위해서는 환자 수에 대한 지표 등이 개선돼야 하는데 이뤄지지 않고, 병상은 부족해서 환자는 못 받고, 수익은 안 나니 인력 보충도 안 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며 "119에서도 병상 확보가 안 되니까 수십 분간 병원을 도는 답답함을 토로한다"고 했다.
사망자 급증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의료진도 늘어나고 있다. 간호사들은 병원 내에서 사망한 확진자들의 시체 처리까지 맡은 상황이다.
안 간호사는 "임종을 지키고 싶다는 가족들의 영상통화 요청에 그 옆에서 가족들의 울음, 환자의 사망까지 모두 지켜봐야 하는 게 우리"라며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증도 극한으로 와서 앓아눕는 간호사들도 있다"고 했다.
현장에서는 정부가 실태를 제대로 파악한 뒤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안 간호사는 "현장이 궁금하면 주기적으로 간담회를 해야 하는데 현장 도는 걸 본 적이 없다"며 "탁상공론이다.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해야지 너희들 고생한다며 '덕분에' 캠페인 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했다.
또한 정부는 병상 및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 방역지침을 시행하면서 기본방침으로 정한 재택치료를 확대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전문 의료진이 없어 위중증 환자·사망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대기 상태에서 집에서 사망하거나, 병원에 와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며 "호흡기 질환은 나빠지기 전에 치료가 들어가야 하는데 치료를 받지 못하니 치료 불가능한 분들이 와서 사망률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 교수는 "정부는 전담병원 병상이 80% 미만이라고 하는데 병상이 없고, 위증증 환자들 병상 배정이 안 돼 응급실에 1~2주일 있는 상황"이라며 "체육관이나 컨벤션센터 이런 곳에 병상을 만들고, 국립의료원 같은 경우 전체를 중환자 전담 병상으로 돌려야 한다"고 했다.
또한 정부가 의료 전문가 사이에서 주장하는 '거리두기 강화'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거리두기 강화를 하면 희망이라도 있는데 확진자는 줄어들 기미가 안 보이고, 정부에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받아들이지 않으니 희망이 없다"며 "메르스 때는 정부가 전문가들 말을 들어서 2개월 만에 끝났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문제가 길게 이어지고 있는데 의견 수렴도 안 돼 힘들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