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찍말' 커플티에도 청년 표심 '아직'…이준석 '비단주머니' 어쩌나

      2021.12.10 05:11   수정 : 2021.12.10 05:54기사원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4일 오후 부산 서면 젊음의거리 일대에서 시민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2021.12.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당내 갈등을 봉합하고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했지만 극한 갈등으로 극한 갈등으로 치달았던 내홍 탓인지 2차 컨벤션 효과는 미풍에 그친 모습이다.

특히 이준석 대표와 윤 후보가 나란히 '사찍말'(사진 찍고 싶으면 말씀 주세요) 커플티를 입고 부산에서 합동 유세를 벌인 데서 상징적으로 드러난 청년층 전략이 아직은 효과를 드러내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여론조사업체가 지난 6~8일 전국 성인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12월2주차 전국지표조사(NBS)를 진행한 결과 '대선후보 지지도'는 이재명 38%, 윤석열 36%를 기록했다.

윤 후보가 NBS 조사에서 이 후보보다 낮은 지지율을 기록한 것은 10월4주차 이후 6주 만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6일 선대위 출범식을 갖고 '좌종인·우준석' 체제를 완성했지만, 이 후보에게 오차범위 내에서 밀렸다. 윤 후보는 지지율이 전주 대비 2%포인트(p) 오르는 데 그쳤고, 이 후보는 5%p 껑충 뛰면서 윤 후보를 앞질렀다.

윤 후보는 지난 3일 '울산 회동'으로 이준석 대표와 극적 화해하고 이튿날 함께 부산에서 첫 합동 유세를 벌였다. 두 사람은 '사진 찍고 싶으면 말씀 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빨간색 후드티를 입고 부산 서면 거리로 향했다. 당시 부산 청년 수백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현장에 긴 줄이 만들어지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사찍말' 후드티는 이 후보가 준비한 이른바 '비단주머니 2호'였다.

NBS 여론조사에서 20대는 윤석열 28%, 이재명 20%로 윤 후보가 8%p 우세했지만, 30대는 이재명 45%, 윤석열 23%로 이 후보가 두 자릿수 격차를 벌렸다. 지난주와 비교하면 20대에서 이 후보는 3%p 올랐지만, 윤 후보는 1%p 상승에 그친 성적이다. 특히 30대에서는 이 후보가 무려 16%p 지지율이 폭증한 반면, 윤 후보는 1%p 빠졌다.

정치권은 윤 후보가 '2차 컨벤션 효과'에 실패한 원인을 '당내 분열'에서 찾고 있다. 지난달 5일 대선후보로 선출된 후 이달 6일 선대위를 발족하기까지 당 안팎에서 극심한 내부 갈등을 노출하면서, 썰물처럼 빠져나간 지지율이 2차 컨벤션 효과로도 만회가 되지 않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준석 비단주머니'가 예상보다 청년층에 소구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눈길도 있다. 2030세대를 제외한 연령대 지지율은 전과 비슷하거나 오름세를 보였다는 분석에서다. 실제 윤 후보에 대한 40대 지지율은 18%로 전주(21%)보다 3%p 빠지는 선에서 방어했고, 50대는 3%p, 60대와 70대 이상은 각각 6%p, 9%p 증가했다.

이 대표가 공개한 비단주머니는 현재까지 세 가지다. 그는 지난달 14일 여론조작 대응 프로그램 '크라켄'을 선보인 이후 '사찍말 후드티'(2호), 'AI 윤석열'(3호)을 순차적으로 풀었다. 이중 현재까지 선거 활동에 직접 동원된 비단주머니는 '사찍말 후드티'가 유일하다. 크라켄은 선대위 발족 후에야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했으며, AI 윤석열은 법정 선거운동이 개시되는 내년 2월15일부터 오프라인 활동을 개시한다.

야권에서는 '비단주머니'를 반신반의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기성 정치권이 시도하지 않았던 참신함에 기대를 걸면서도, 일각에서는 '이것이 전부라면 곤란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청년 표심을 얻기 위한 전략이 '보여주기식 퍼포먼스'에 불과하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2차 컨벤션 효과를 얻지 못한 것은 지난 한 달간의 당내 분란으로 지지자들이 일부 이탈한 것이 직접적 원인이기 때문에 당분간 안정화가 될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이준석 대표의 2030세대 전략이 현재로서는 다소 이색적이지만 시혜적인 접근에 머문 느낌이 있다"고 평가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도 "60대 후보가 30대 당 대표와 후드티를 입고 대중을 만나는 것은 참신한 인상을 줄 수 있지만, 반대로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 듯한 거부감을 줄 수 있다"며 "2030세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듣고 공감하는 자세가 주를 이뤄야하는데, 이벤트성 퍼포먼스만 반복되면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윤 후보가 2030세대 표심을 얻으려면 '공약 발굴'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맞춤형 정책과 메시지로 청년층을 공략해야 '비단주머니'가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케이스탯리서치가 한겨레 의뢰로 지난달 25~26일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대선투표 결정요인'에서 20대는 1순위로 정책·공약(33.8%)을 꼽았다. 30대도 정책을 보고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30%를 넘었다.
(이상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엄경영 소장은 "윤석열 후보는 이제 막 선대위 닻을 올렸기 때문에 아직 이렇다 할 공약을 발표하지 못했고, 이재명 후보는 선대위를 재정비하고 모든 행보와 메시지를 청년층에 올인하고 있다"며 "두 후보의 현재의 차이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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