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1년도 안남았는데… 울산체육회, 재선거 이어 갑질논란
2021.12.12 17:39
수정 : 2021.12.12 17:3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전국체전이 17년 만에 울산에서 열린다. 내년 10월 예정인 제103회 전국체전은 코로나19 이후 대회 연기나 축소가 아닌 첫 정상 개최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체전준비에 한창이어야 할 울산시체육회가 두 달 가까이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어 우려를 사고 있다.
■사무처장 거취 논란 등 내부 곳곳에서 갈등
12일 울산지역 체육계에 따르면 민선체제로 전환된 울산시체육회는 지난 2020년 1월 첫 민선 회장을 선출했지만 당선자인 이진용 후보의 학력허위기재로 대법원에서 선거무효 판결이 내려졌고 올해 10월 재선거가 치러졌다. 당시 상대 후보로서 당선자의 학력허위기재를 지적하며 울산시체육회를 상대로 선거무효 소송을 제기했던 현 김석기 울산시체육회장은 재선거에서 결국 승리했다. 그런데 이런 김 회장이 취임 한 달여 만에 고용노동부 조사에 직면했다. 지난 11월말 울산시체육회 직원 4명은 업무과정에서 김석기 회장의 언행으로 괴롭고 힘들다며 갑질 피해 내용을 담은 진정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즉각 회장과 직원들을 분리하고 피해전수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한 직원은 "아무렇게나 하대하고 여직원의 출산 및 육아휴직까지도 문제 삼았다"고 말했다.
현재 울산시체육회 직원은 25명에 불과하다. 울산 전국체전이 30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고용노동부의 조사가 본격화 될 경우 준비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 회장은 체육회 실무를 관장하는 오흥일 사무처장과도 거취 논란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김 회장은 당선 직후 오 사무처장의 거취 표명을 직접 거론했다. 오 사무처장은 2018년 송철호 울산시장에 의해 사무처장에 임명됐고 지난해 이진용 회장에 의해 재신임돼 2023년 2월까지 임기가 연장된 상태다. 거취 표명을 사의 요구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오 사무처장은 곧바로 직원들의 소원수리를 취합한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취임하기도 전 직권남용과 파행', '허위사실 유포로 체육회 명예 실추', '체육회 사유화', '보복', '한풀이', '생트집' 등 거친 표현으로 김 회장의 문제점을 나열하며 각을 세웠다.
이사회 신규 임원 선임과 관련해서도 문제가 불거졌다. 김 회장은 취임 후 입지를 다지기 위해 이진용 전 회장이 선임한 신규 이사 28명 중 2명만 남기고 자신이 선택한 이사들도 모두 교체했다. 제외된 이사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소송전을 예고한 상태다.
김 회장 자신이 지난 선거무효소송에 들인 비용 1300만원을 울산시체육회에 지급 요구한 것도 논란을 빚고 있다.
■체전준비 부실 우려…市 개입 어려워
갑질 논란과 관련해 김석기 회장은 직원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공개석상에서 선거와 인사관리 미흡 등을 질책한 것은 체육회 전체에 잘못이 있다는 취지였고 특정인을 겨냥하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잘못된 체제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오 사무처장이 작성한 소원수리 보고서에 대해서도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표현을 일삼았다며 해당 보고서를 이사회에 공개하기도 했다.
이같은 내홍이 장기화되자 부회장들과 이사들은 지난 7일 이사회를 통해 체육회 내부 갈등을 모두 포용하고 울산 전국체전 준비에 집중하자고 제안했다. 동석한 오 사무처장도 "회장님을 잘 모시겠다"며 갈등 봉합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회의가 끝날 때까지 김 회장으로부터 속 시원한 답을 듣지 못했다.
이를 지켜보는 지역 여론은 황당하다는 반응과 함께 체전 준비 부실을 우려하며 울산시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송철호 울산시장은 "시체육회가 별도 법인으로 독립하고 민선 회장 체제로 전환했기 때문에 개입은 쉽지 않다"며 "큰 행사를 앞두고 있는 만큼 서로 대화하고 노력하면 해결될 사안으로 본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