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규 국과수 원장 "인권·과학수사 함께 성장해야 선진국"
2021.12.13 15:27
수정 : 2021.12.13 17:1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경제 규모만 크다고 해서 선진국이 아닙니다. 국민의 인권과 수사의 과학화, 이런 시스템이 국격에 맞게 함께 성장해야 합니다."
박남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은 13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경제 규모만으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깊이 곱씹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역할을 하는 곳이 올해로 개원 66주년을 맞이한 법과학기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다. 박 원장은 국과수의 산증인이다. 1991년 국과수 일반물리실에서 일을 시작한 그는 지난 2019년 11월 원장에 취임했다. 박 원장은 "우리 연구원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힘을 보탤 수 있었던 것은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해 준 직원들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이 생각하는 국과수의 철학은 '감동'으로 요약된다. 감동은 원칙과 전문성, 신뢰와 공공성에서 나온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박 원장은 "국과수는 과학수사의 증거 발견이나 분석에서 수사기관의 기대와 한계를 뛰어넘는 감동을 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 과정에서 국과수의 슬로건 같이 '진실을 밝히는 과학의 힘'이 발휘돼야 하고 미제사건을 용납하지 않는 책임 의식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과수는 국민 일상과도 가까이 있다. 뺑소니 음주사고, 고의 교통사고, 위조지폐 거래, 신종마약(74종 합성대마) 중독, 병역 면탈(약물 오남용), 보이스피싱(음성 분석) 등으로 인한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과학적으로 명확히 돕는 게 국과수가 하는 일이다.
음주측정을 거부하는 사람에 대한 음주 대사체 측정은 그중 하나다. 올해부터 시행 중인데,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내고 도주한 사건 등을 해결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박 원장은 "혈액 내 음주 대사체를 통한 혈중 알콜농도를 역으로 추정하는 것인데, 72시간 후(기존 8시간)에도 사건 당시의 음주농도를 추정할 수 있는 최신 감정기법"이라고 했다. 이를 통해 지능형 음주운전 범죄 감정은 물론 △성범죄 피해자의 음주항거 불능 상태 입증 △변사자의 음주량과 알코올 중독 판단 등 정확한 사인을 추정할 수 있다.
보험사기 적발에도 기여하고 있다. 국과수는 교통사고를 고의적으로 유발해 보험금·합의금을 편취하는 범죄를 입증하는 시스템을 3년여간의 연구개발 끝에 올해 상용화했다.
위폐 감정의 경우, 미화 100달러 중 초정밀 위폐(일명 수퍼노트)를 원격감정 시스템으로 현장에서 즉시 확인할 수 있다. 위안화도 마찬가지다.
최근 부산에서 고급 승용차가 대낮에 교통사고를 일으킨 사건에서 국과수는 현장에서 찾지못한 신종마약을 검출, 숨겨질뻔했던 범죄를 밝혀내기도 했다.
박 원장은 지능화되는 범죄수법에 대응하기 위해 감정수사 분석 기술의 고도화는 물론, 속도 또한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범죄와 수사의 속성상 범죄 기법을 수사 기법이 쫓아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그 간극을 좁히는 것은 완전 범죄의 용인 여부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관련 인력 양성, 첨단 장비의 과감한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력 문제에 대해, 박 원장은 "국가의 성장과 함께 인권, 안전, 국격 등에 기반한 과학수사 수요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지고 있다. 특히 서울·수도권의 감정업무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으나 현장 인력이 부족하다. 인력 수급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한 인력 보강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국과수 본원은 지난 2013년 강원 원주혁신도시로 이전했고, 서울에는 분원 격인 서울과학수사연구소를 두고 있다.
아울러 박 원장은 안전의식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그는 "'내 안전의 최종 책임은 나 자신'이라는 국민들의 높은 안전의식, 위법시 엄격한 처벌을 받는다는 인식이 뿌리내려야 한다"고 했다.
박 원장은 "교묘하게 법을 피하거나 관행이란 이유로 버젓이 위법행위가 반복되어도 그에 따른 처벌이 위법행위로 얻는 결과보다 보잘 것 없을 때 효과는 약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간 안전에 대한 처벌은 법규 미비라기 보다는 책임을 져야할 사람이나 당국이 온갖 편법을 통한 편법 마사지로 교묘히 피해간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