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걸어온 맞춤 양복 외길, 아들이 이어갑니다"

      2021.12.21 18:29   수정 : 2021.12.21 18:29기사원문
"양복을 만드는 과정은 행복을 찾는 인생과 꼭 닮아 있습니다. 물이 아래로 흐르듯 고개를 숙여 생각을 거듭하면서 바느질 한땀 한땀 정성을 다해야 비로소 명품이 만들어집니다."

부산 부전동 부산롯데호텔 후문에 위치한 양복의 명가 당코리(DANCO'LEE) 테일러는 부산시 백년장인 육성사업 공동브랜드 '백년이어가(家)'에 선정된 곳이다.



1969년 부산 1세대 테일러였던 아버지 이영재 창업자와 대를 잇고 있는 아들 이규진 대표는 기술과 정성으로 품격과 멋이 깃든 세계 최고 테일러 가문, 명품브랜드 '당코리'로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이규진 대표는 21일 "가업을 이어 명품 브랜드로 자리를 잡아가기 위해 차곡차곡 쌓아올린 인고의 세월과 보이지 않는 열정, 정성이 있어야 한다"면서 "아버지가 알려주는 꼼꼼한 노하우와 글로벌 트렌드를 읽어 최고급 K양복으로 한류 전파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이탈리아와 영국을 다니며 선진 패션 흐름까지 익혀온 이 대표는 세계 정상 디자이너 길을 닦아가고 있다.

이규진 대표는 1년 한두번씩 이탈리아 피렌체와 밀라노, 영국 런던 세빌로 거리, 미국 뉴욕 5번가 등을 찾아 패션정보를 수집하고 트렌드를 파악해왔다. 그는 이곳에 있는 양복회사에서 도제 수업도 직접 받았다.


이 대표는 "이탈리아에는 오랜 역사를 잇는 패션 관련 가족기업이 많았다"며 "앞으로 이탈리아와 영국에서 열리는 박람회 등에도 직접 참여해 신사복 패션분야에서도 한류바람을 일으키는 명품 브랜드로 자리를 지켜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아버지로부터 익힌 전통 양복은 물론 젊은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신사복, 세계적 트렌드를 가미한 모닝코트, 이브닝코트, 턱시도, 셋갖춤, 코디네이트 슈트, 헌팅웨어, 세퍼레이트 슈트, 체스터필드 코트, 캐주얼 슈트, 블레이저 재킷, 세퍼레이트 슈트, 폴로 코트 등에 이르기까지 남성들의 품격을 높이기 위한 패션을 소개했다.

이 대표는 "양복 한벌을 만들기 위해서는 250가지 이상의 공정이 필요하다"면서 세심하게 명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설명했다.

이 대표는 양복을 만드는 소품도구들도 인생의 삶이 담겨 있다고 했다.

남의 옷을 만들어주면서 정작 자신을 벗고 희생하는 '바늘', 보잘 것 없는 조각들의 인연을 맺어 상생시키는 '실', 지나친 욕심들을 끊어내 절제를 보여주는 '가위', 올곧은 길을 정확하게 정도를 따라 인도해주는 '자', 불평불만 서러움을 깨끗하게 승화시켜 펴주는 '다리미' 등을 비유해서 설명해 공감을 주기도 했다.

지금의 양복 명가로 키워온 이영재 창업자는 지난 54년 동안 오로지 맞춤 신사복에 열정을 쏟아 패션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 2008년 국내 최초로 이 분야 명예 디자인학 박사학위를 국립 부경대학교에서 받은 인물이다.

1969년 재단사로 처음 양복업계에 발을 내디딘 뒤 1976년 '당코리(우리말 '단골'에 성을 합쳐)' 테일러를 창업해 세계적인 양복의 명가로 우뚝서게 됐다.

부산의 패션 중심가 서면에 위치한 당코리 테일러 건물에 들어서면 1층 출입문 옆에 붙어 있는 미국 케네디가에서 보내온 감사 편지가 눈에 들어온다.

지금도 양복의 명가 '당코리'에는 국내 유명인사는 물론 미국과 일본, 중국 심지어 나이지리아 지도자들까지 명품을 입기 위한 주문을 정기적으로 해오고 있을 정도다.


이 창업자는 "어릴 때부터 옷을 만드는 손재주가 있어 패션에 대한 꿈을 키워왔다"면서 "오직 최고의 명품 양복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밤낮도 없이 해외의 선진기술을 습득하고 배우기를 반복한 결과 지금의 당코리를 키워낼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옷을 입으셨던 분들이 해주시는 '당코리 옷이 참 좋다'라는 말씀에 행복을 느낀다"면서 "양복 한벌, 그 속에 철학과 정성을 담기 때문에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아들인 이 대표가 더 좋은 작품으로 대를 이어가고 있는 데 대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 대표는 "양복을 향한 아버지의 정성과 열정을 보며 '신사의 참멋'이 무엇인지 배워가고 있다"며 "'옷은 나를 닮은 거울이며 메시지'라는 철학을 새기며 백년, 이백년을 넘어 뿌리 깊은 세계에 한류를 전파하는 패션기업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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