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한계"..'인력 부족·사생활 침해' 시달리는 요양보호사들

      2021.12.23 15:50   수정 : 2021.12.23 16:5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요양시설에서 어르신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들의 인력 부족으로 업무 과부화 등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2년 간 노동 강도는 높아졌지만 인력 확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다 사생활 침해까지 발생했다. 내년에도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돌봄 노동자들에 대한 근무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요양보호사 1~2명이 어르신 30명 돌보기도
23일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세가 폭증하면서 요양보호사들이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이 지난 9일 발표한 '코로나 재난시기 요양서비스노동자 고충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요양보호사 273명 가운데 84%가 '인력 감소로 인해 노동 강도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45.8%가 '시설 측에 퇴근 후 동선보고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장의 요양보호사들은 인력 부족으로 장기간 피로가 누적된 상황이다.

서울 노원구 소재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김숙씨(54)는 "이달 초 함께 근무하던 요양보호사들 몇 명이 확진되면서 인력 부족이 더 심화됐지만 요양원 측에선 충원에 대한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며 "평소에도 3~4명의 요양보호사가 어르신 24명을 돌봤는데, 이번 확진건으로 요양보호사 2명이 24시간 동안 돌봐야 했다. 일이 끝나고 난 다음날에는 '초죽음'이 된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5일 제6차 장기요양위원회를 열고 내년 4·4분기부터 요양시설 요양보호사 배치기준을 현행 2.5명 당 1명에서 2.3명 당 1명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이란 지적이 나온다.

전지현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사무처장은 "아직도 현장에서는 1~2명의 요양보호사가 30명의 어르신을 돌보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현장 요양 일을 하고 있지 않은 사람까지 포함돼 현행 2.5명당 1명이라는 얘기다. 다만 당장 내년 초부터 배치기준을 확대해도 모자란데 내년 4·4분기면 1년 간 더 고통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족한 인력 탓에 업무가 가중돼 젊은 요양보호사들의 '줄퇴사'도 잇따른다. 경기도에서 요양보호사로 근무하는 A씨는 "이달 초 입사하셨던 분들이 '업무 강도가 힘들다'며 연속으로 일을 그만두셨다. 결국 남는 분들은 일을 그만두면 (나이가 많아) 받아줄 곳이 없는 60대 이상 요양보호사들"이라며 "일 특성상 힘을 써야 할 때가 많은데 고령에 피로까지 누적되니 힘들다고 하신다"고 토로했다.

"우리에겐 사생활이 허락되지 않는 것인가"
요양보호사들은 '코로나 확산 방지'를 명목으로 한 사생활 제재의 수준이 지나치다고 입을 모았다.

A씨는 "같은 시설에서 근무하던 동료가 확진됐을 당시 확진 경로 보고를 늦게 했다는 이유로 급여의 70%가 삭감되는 일이 있었다"며 "하다못해 휴가 때도 어디를 누구와 방문했는지 매일 시설에 보고한다. 혹여나 회사에서 문책을 들을까 겁이 나 집과 요양원을 반복한 것이 벌써 2년"이라고 했다.

전 사무처장은 "이미 부스터샷까지 접종 완료했지만 최대 주 3회 코로나 PCR 검사에, 쉬는 날에는 자가키트로 코로나 검사를 하고 있다. 사실상 주 7일 하는 셈"이라며 "코로나 검사 결과 대기시간을 근무로 인정받고 있단 응답자는 전체 7%에 불과했다. 잦은 PCR 검사에 인후통을 호소하는게 일상이 됐다"고 했다.

이어 "한 선생님은 PCR 검사를 받아야 하는 날 연차 휴가로 사정이 있어 그 다음날 검사를 받고 결과를 제출했는데, 하루 늦었다는 이유만으로 시말서를 쓰기도 했다"며 "하다못해 의사·간호사들도 이렇게까진 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사회적 보호망 마련을 통해 요양보호사들의 노동 부담을 낮추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요양보호사 김씨는 "인력 부족으로 요양보호사들의 피로 누적도가 쌓이면 결국 그 피해는 어르신들에게로 돌아간다"며 "하루 빨리 인력 충원이 진행돼 어르신들이 좋은 돌봄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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