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2022 정부 업무보고' 전문가 의견
2021.12.24 17:08
수정 : 2021.12.25 16:28기사원문
국방부는 전방위 국방태세 확립과 한반도 평화정착 보장, 한미동맹 기반 위에 전작권 전환 추진,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국방환경 개선 계획을 보고했다.
△비무장지대 백마고지 유해발굴, 판문점 견학, 철수 GP와 연계한 DMZ 평화의길 방문 등을 적극 추진하면서 ‘9·19 군사합의’ 충실히 이행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전작권 전환 추진 △장병 복무여건 및 직업군인 주거지원 제도 개선, 군 의료시스템 개선, 제대군인 및 참전용사 예우, 국가적 재난 시 군의 적극적인 지원 등을 통해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고 장병들이 복무에 전념할 수 있는 국방환경 조성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재해재난, 테러 등 초국가적·비군사적 위협에 대해 억제 및 대응능력을 구비하여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軍 위상 제고, 등을 보고했다.
우리 국방부는 “강한 안보, 자랑스러운 군, 함께하는 국방”을 기치로 내걸었는데 정권 말에 접어들면서 이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대해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속하는 북한의 도발을 도발이라고 하지 못하는 대북 저자세 기조는 국방부의 정책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며 "북한의 미사일 실험을 미사일 실험이라고 하지 못하고 '불상 발상체'라는 표현은 웃음거리로 전락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행복한 국방환경 조성이라는 목표는 이해할 수 있으나, 군은 군다워야 하는 데 군의 기강이 해이해지는 조짐도 보였다"며 "사회의 규범이나 관행이 군 내에서 모두 다 적용될 수 없고 제한받는다는 사실을 오히려 국민에게 홍보해야 하며, 군 내 성폭행 문제는 엄정하게 다뤄야 하지만 기강해이가 오히려 성폭행으로 이어진 부분이 있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방위산업 육성'은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며 "한국은 이제 국제 방산 시장에서 중요한 국가가 되었고, 9위권의 순위는 2030년경에는 5위권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전통적 강국인 네덜란드와 이태리도 제쳤고 곧 우리 앞에 있는 영국도 제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천궁이나 SLBM 개발 실험 성공은 쾌거라는 것, 호주와의 K9 자주포 수출 계약 체결 또한 중국 눈치 보지 말고 보다 긴밀한 방산협력으로 이어지도록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어 "신기술 개발이 AI·5G·6G 등으로 인한 신무기 개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전략환경도 큰 변화가 발생하고 있어 군 전력 확충에 이러한 부문에 보다 많은 투자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국방부는 국방에 전념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기조 하에서 국방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종전선언 등에 대한 고려보다는 적을 적이라고 하며 적으로부터 대한민국을 방어하는 정책에 먼저 충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반길주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안보연구센터장은 "우선 현 정부에서 SLBM 등 무기체계 개발에 성공하고 천궁II 수출협상도 순탄하게 진행되는 점은 나름의 국방분야 성과라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이러한 무기체계는 이전 정부 혹은 그 이전 정부부터 꾸준히 개발해온 사업이 이제 결실을 맺은 것에 불과한 것으로 온전히 현 정부의 성과라고 박수를 보내기에는 부족함이 있어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또 "기존의 무기체계 개발에 현 정부가 동력을 이어주었다는 점을 인정해주더라도 이 외에는 국방분야에서 큰 성과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국방성적표는 초라하다"고 지적했다.
사실 이번 정부의 국방부는 ‘평화’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통일부인지 국방부인지 구분이 안 된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평화’에 대한 지나친 기대로 국방백서에서는 ‘주적개념’을 삭제했다.
그러면서 한·미 연합훈련은 축소하거나 취소했다. 그 결과 북한군을 싸워서 이겨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시대를 읽어내지 못하는 군인처럼 치부되는 환경에 놓였다는 한탄의 목소리가 이따금 들려왔다.
일각에서는 "군대는 싸워서 이기는 전투에 승리하는 집단, 장병이 아니라 평화의 비둘기를 논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할 곳처럼 서서히 인식이 되는 것 아닌가"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평화’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집착으로 남북한 간에는 상호호혜성이 사라지고 북한이 일방적으로 한국을 쥐락펴락하는 듯한 식으로 흘러가는 일들이 적지 않았다.
‘9·19 군사합의’가 큰 성과라고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합의준수에 대한 의지가 북한에 얼마나 있는지는 도마 위에 올랐다.
반 센터장은 이어 "9·19 군사합의가 1년여 지난 2019년 11월 25일 김정은은 NLL 인근 창린도 부대를 시찰하고 포 사격을 지시했지만 한국의 국방당국은 단호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유야무야하면서 심지어 미사일을 발사해도 북한에 대한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는 없었다"며 "최근에는 북한이 ‘이중기준’을 내세우며 자신의 무기개발에 왈가왈부하지 말라고 강변하는 상황에서 국방부장관이 나서서 미사일 발사를 ‘도발’이 아닌 ‘위협’이라며 궤변에 가까운 발언이 나와 논란이 일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이 지속하고 누적되면서 대적관이 약화되는 것을 넘어 증발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군 구현”을 성과로 내세우고 있으나 이것도 사실과 너무나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2019년 북한 목선이 삼척항에 입항하는 상황에도 군당국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군 대비태세에 관해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렸다. 공군 여군 중사 사망사건으로 인해 군은 신뢰를 잃는 것을 넘어 공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반 센터장은 이어 "이번 정부에서 우리 군이 외부의 적을 막아 내는 일과 내부의 병사도 지켜주는 일, 모두에서 신뢰성을 확립하지 못한 조직으로 곤두박질친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이러한 수많은 문제에 대해 성찰하지 않고는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국방으로 거듭나는 것은 요원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우리 군이 ‘성과’를 자화자찬하기에 앞서 ‘성찰’의 시간을 통해 군대를 정상으로 회복시키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그 시작은 대적관을 회복시키는 일일 것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