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코로나 치료제' 쟁탈전, 내년 하반기까지 기다려야
2021.12.23 13:29
수정 : 2021.12.23 13:2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백신에 이어 먹는 치료제 확보에 나선 가운데 실제 치료제를 손에 쥐려면 한참 기다려야 한다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 정부가 주문한 물량을 다 만드는 데만 6~8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미국의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코로나19 대응조정관은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미 제약사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확보 시기를 언급했다.
팍스로비드는 화이자가 제작한 알약 방식의 코로나19 치료제다. 화이자는 해당 약품을 사용하면 코로나19로 인해 입원하거나 사망할 위험이 89%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미 식품의약국(FDA)는 23일 해당 약품을 12세 이상 연령층에게 사용하도록 긴급 승인을 내줬다.
팍스로비드는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복제되는 상황을 막아 감염자가 중증에 빠지지 않도록 방지하는 약품이다. 코로나19 증상이 확인된 환자는 5일 동안 하루에 2번씩 팍스로이드 3알을 먹어 총 30알을 복용해야 한다. 화이자는 30알 처방을 1회분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미 정부는 1회분당 530달러(약 63만원)에 1000만회분을 주문했다.
그러나 화이자가 이미 생산해 즉시 납품할 수 있는 물량은 18만회분에 불과하다. 화이자는 내년에 1억2000만회분을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FDA 발표 직후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벗어나기 위한 중대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화이자가 최대한 빨리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우리도 긴밀히 협력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국방물자생산법(DPA)을 이용해서라도 필요한 모든 자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진국들은 이미 물량 확보에 나섰다. 영국은 팍스로비드 275만회분을 주문했고 한국 역시 7만회분을 사기로 했다. 캐나다도 해당 알약을 100만정 사기로 계약했으며 호주 또한 50만회분을 주문했다.
화이자의 경쟁사인 미국 머크는 화이자의 공급 문제로 호재가 생겼으나 상황이 좋지 않다. 머크는 ‘몰누피라비르’라는 이름의 알약식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해 지난 10월이 FDA 긴급 사용 승인을 신청했다. 몰누피라비르는 1회분 치료 과정이 팍스로이드와 비슷하지만 한번에 4알씩 복용해 총 40알을 먹어야 한다. 미 정부는 몰누피라비르를 1회분당 700달러(약 83만원)씩 310만회분 구입하기로 계약했다.
몰누피라비르는 지난달과 이달 유럽연합(EU)의 유럽의약품청(EMA) 자문위원회의 심사 결과 코로나19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는 평을 받았다. FDA 자문 기구 또한 지난달 30일 사용 승인을 권고 했다. EMA와 FDA는 아직 정식 승인은 내지 않았다. 영국은 지난달 세계 최초로 몰누피라비르 사용을 승인하고 223만회분 주문했다. 이탈리아는 팍스로이드와 몰누피라비르를 각각 5만회분씩 구입하기로 했으며 벨기에도 몰누피라비르 1만정을 주문했다. 한국은 몰누피라비르 20만회분을 사들이기로 계약했고 일본 역시 160만회분을 주문했다. 캐나다, 호주, 필리핀과 태국, 말레이시아 등도 몰누피라비르를 주문했다.
문제는 효능이다. 머크는 당초 몰누피라비르의 중증 예방 효과가 50%라고 주장했지만 이후 30%로 조정했다. 지난 10월에 해당 약품을 5만회분 주문했던 프랑스 정부는 23일 계약을 취소했다.
한편 머크와 화이자 모두 저소득 국가를 지원하기 위해 자사의 알약식 치료제를 복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