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부유층 자녀들, 제주도 국제학교 진학 붐" FT
2021.12.26 07:57
수정 : 2021.12.26 07:57기사원문
한국과 중국 부유층들이 자녀들을 서구 유명 학교들 대신 제주도 국제학교들에 진학시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이나 영국 등보다 제주도가 더 선호되는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기술업체를 운영하는 중국인 기업가 리 얀보씨는 상하이, 홍콩, 싱가포르의 학교 대신 제주도의 영국계 국제학교에 아들을 진학시켰다면서 가족이 제주도에서 함께 살고 있다고 말했다.
■ 홍콩·싱가포르보다 좋아
그는 베이징에 있는 사업체는 원격으로 관리하고 있다면서 긴급사안이 있을 때만 베이징을 간다고 말했다.
리씨는 "제주도 학교들은 더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고, 야외활동도 아주 훌륭하다"면서 특히 "제주도는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제주도가 홍콩과 싱가포르보다 넓은 반면 인구와 교통량은 더 적다"면서 "곳곳을 다니기가 더 편하다"고 덧붙였다.
제주도는 한국 정부가 대정읍의 농지 약 4㎢를 국제 교육허브로 꾸미기로 결정하고 15억달러를 쏟아부어 인프라 투자에 나서면서 탈바꿈했다.
2008년 이후 영국 노스런던칼리지에이트스쿨(NLCS), 여자 국제학교인 브랭섬홀아시아 등 프리미엄 국제학교 4곳이 들어섰다. NLCS는 1850년 설립됐고, 브랭섬홀은 1903년 캐나다에 세워진 학교다.
NLCS제주는 특히 NLCS가 외국에 설립한 첫번째 국제학교다. 제주 성공으로 두바이에도 진출했다.
제주는 서울에서 비행기를 타면 1시간이면 닿는데다 5성급 호텔들도 있고, 각종 리조트, 야외 수영장과 인근에 골프장을 갖춘 최고급 빌라들도 있어 부유층을 끌어들이기에 안성맞춤이라고 FT는 소개했다.
부유층이 자녀들을 입학시킨 덕에 제주의 4개 국제학교에는 약 4600명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
제주시 도시개발공사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는 현재 서구 국제학교 2곳과 추가로 학교설립 가계약을 맺었다.
■ 미국·호주·유럽서도 제주도로 와
FT는 제주 국제학교 성공으로 한국의 외환보유액 해외 유출도 크게 줄었다고 평가했다.
외국에 나가지 않고 국내에서 학교를 다님에 따라 학생과 엄마가 함께 해외에 나가 학비와 생활비 등으로 뭉텅이 돈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해외 초중고에 다니는 조기 유학생들이 2006년 2만9511명에 이르렀지만 2019년에는 제주 국제학교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대거 늘면서 8916명으로 급격히 줄었다.
제주 국제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한국인들이지만 외국 학생들의 비율도 높다.
중국인이 약 10%로 한국인 다음으로 많다. 중국의 사교육 규제 이후 제주 국제학교 입학 문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몽골 심지어 미국과 호주, 유럽에서도 학생들이 온다.
중국 학부모들은 제주도의 특별 비자제도에 따라 제주도 아파트, 리조트 등에 투자하고 영주권을 받아 눌러 사는 경우도 많다. 연간 수업료와 기숙사비로 최대 5만달러(약 5940만원)를 부담해야 하지만 입학 경쟁률이 치열하다.
그러나 개발의 그늘도 있다.
국제학교 붐은 지역 부동산 과열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 지역 최고급 빌라들은 30억~100억원을 호가해 서울 강남지역의 고급 아파트보다 비싸다.
대정읍의 한 부동산 중개인은 국제학교들 여파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랐다면서 아파트 값이 지난 2년 60~70% 급등했다고 말했다.
또 국제학교 추가 인가와 관련해 도내에서는 찬반여론이 뜨겁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