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톤 트럭에 현금다발 남기고..'얼굴없는 천사' 올해도 찾아왔다
2021.12.30 08:12
수정 : 2021.12.30 09:1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전북 전주시에서 22년째 이름을 밝히지 않고 기부 중인 ‘전주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찾아왔다.
30일 전주시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 5분께 한 남성이 노송동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어 “성산교회 오르막길 부근에 있는 트럭 적재함 위에 박스를 놓았다. 불우 이웃들을 위해 써 달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현장으로 간 직원들은 5톤 트럭 적재함 위에서 상자 하나를 발견했다. 상자에는 지폐다발과 돼지저금통이 들어있었다. 상자와 함께 있던 종이에는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힘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불우한 이웃을 도와주시고 따뜻한 한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적힌 메모도 있었다.
올해 얼굴 없는 천사가 기부한 금액은 7009만 4960원이었다. 5만원권 1400장(7000만원), 500원 동전 106개(5만 3000원), 100원 동전 391개(3만 9100원), 50원 동전 38개(1900원), 10원 동전 96개(960원)다.
기부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역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소외계층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는 2000년 4월부터 기부를 시작했다. 당시 동사무소를 찾은 천사는 한 초등학생의 손을 빌려 58만 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놓고 조용히 사라졌다. 22년의 선행 동안 얼굴 없는 천사가 기부한 총금액은 8억 872만 8110원에 달한다.
전주시는 그동안 얼굴 없는 천사의 성금으로 생활이 어려운 6158세대에 현금, 연탄, 쌀 등을 전달해왔다. 노송동 저소득가정 초·중·고교 자녀 20명에게 장학금도 수여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전주는 천사의 선행으로 인해 따뜻한 ‘천사의 도시’로 불려 ‘얼굴 없는 천사와 같이 익명으로 후원하는 천사 시민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이들이 베푼 온정과 후원의 손길을 어려운 이웃에게 잘 전달하겠다”라고 말했다.
cityriver@fnnews.com 정경수 인턴기자